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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이 펴낸 <기전문화예술총서>
2002-07-23

도지(道誌)의 새로운 차원

이 시리즈는 11권까지 나왔다. 경기문화재단은 내가 알기로 문화예술진흥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방재단이다. 그 초석을 놓은 것은, 다시 내가 알기로, 운동권 살림에 관한 한 ‘전설적’에 달했던 김학민(학민사 사장)이다.

그는 출판은 물론 민중문화운동협의회(이하 ‘민문협’)를 주도하면서 ‘딴따라’들과 교유했던 경험을 십분 살려 상상력 풍부한 프로그램들을 입안했고 자신의 ‘예쁜 멧돼지’ 형용에 걸맞게, ‘저돌의 미학’으로 추진했다. 서울 밖 나들이를 어지간히 싫어하는 나도 한번, 아니 두번을 불려갔고, 지방자치라는 게 정말 좋다는 것을 실감했었다.

‘경기도의 굿’, ‘경기문학지도’(2권), ‘경기도 5일장’, ‘경기만의 갯벌’, ‘경기실학’, ‘일제하 종교계 민족문화운동’, ‘화성성역의궤’, ‘경기 도자기 역사’ 등의 항목을 4천매가량의 원고로 세세하게 살피고 있는 <기전문화예술총서>는 기존의 관제 지지(地誌)를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압도한다.

한마디로 문장이 깔끔하고(관제 지지는 더부데데했다) 연구가 치밀하며(엉성하고 전설 채집 수준에 머물렀다) 태도가 객관적이며(지방주의적이었다) 무엇보다 필진이 젊다(지역 원로 접대용 필진이었다).

‘경기도의 특수성을 잘 간직하고 있고,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민족적 대표성을 담보하고 있으며, 또한 그럼으로써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아나가’(‘<기전문화예술총서>를 내면서’ 중)는 작업은 엄정한 객관성과, ‘방대한 세밀함’의 지문(指紋) 속으로 과감하게 파고드는 모험을 동시에 수행해야 가능하다.

가령 이런 대목. ‘3·1운동 당시 한국천주교회를 이끌고 있던 두명의 주교는 프랑스인이었다. 그들은 신자들이 만세운동에 참가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여겼다. 서울교구장 뮈텔 주교는…(중략) 천주교회가 만세운동에 가담하지 않음으로써 일제에 좋은 모범을 보였다고 생각하였다. 대구교구 드망즈 주교는 한국인 신자들에게 만세운동에 가담하면 대죄(大罪)를 범하는 것이라고 경고하였다….’(총서 9권, <일제하 경기도 지역 종교계의 민족문화운동> 103쪽, 윤선자 ‘천주교회의 민족운동’)

임창열은 ‘뇌물수수’ 불명예를 겪었지만 이 총서 발행인이라는 점은 오래, 좋게 기억될 것이다. 운동권 최초로 도백에 오른 손학규에게도 축하.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