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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리포트] 영화가 사랑할 스파이
2002-07-30

세기적 독일 첩보원 리하르트 조르게의 일생 영화화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쳐 냉전시대로 이어진 20세기. 전쟁과 첩보전으로 점철된 지난 세기였던 만큼 이 시대를 풍미한 스파이들의 위험한 활약상은 종종 영화의 소재가 된다. 대부분 음지에서 사그라져 갔지만, 간혹 그 위험하고 흥미진진한 삶의 전모가 드러나 우리를 매혹시키는 스파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20세기 중반 일본을 무대로 첩보전에서 맹활약했던 독일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Richard Sorge)는 그 생을 둘러싼 의혹과 전설적 활약상으로 대중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아온 인물이다. 조르게는 1930년대 예인 글렌(Iain Glen)이란 이름으로 프랑크푸르트 일간지의 일본 특파원으로 가장, 세계정복을 꿈꾸며 대전을 준비하던 일본 정부에 접근해 수많은 일급 비밀정보를 빼돌렸던 인물. 그의 일생을 영화화한 <스파이 조르게>(Spy Sorge)가 현재 베를린에서 막바지 촬영중이다. 조르게를 주인공으로 한 <스파이 조르게>는 독일과 일본의 합작영화. <메피스토>(1981년, 이스트반 자보 감독)로 오스카를 수상한 바 있는 만프레트 두니옥(Manfred Durniok) 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았다. 감독은 60년대 일본 뉴웨이브의 맹장 시노다 마사히로. 촬영팀은 도쿄에서 크랭크인, 상하이를 거쳐 베를린까지 왔다. 촬영장소는 달렘에 위치한 독일 연방재산관리청. 이 건물은 특이하게도 영화 속에서 주일독일대사관 현판을 달고 등장하게 된다. 도쿄를 두고 베를린까지 와서 일본이 무대인 양 촬영하게 된 것은 시노다 감독의 헌팅 때문. 제작 협의를 위해 베를린을 방문했던 감독은 건물 주변의 철조망과 높은 담장 등이 2차대전 당시의 전운을 물씬 풍긴다는 점에서 연방재산관리청 주변을 잠시 도쿄로 탈바꿈시키기로 결정했다. 스파이 조르게의 분석적인 시선과 그 지적인 면모에 매혹되었다는 시노다 감독은 “영화적 시선 앞에서 발가벗겨지지 않는 인생은 없다.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조르게의 삶이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이중적 인간으로서의 번민, 스파이로서의 냉혈한 모습 등 전모를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제작자 두니옥은 카메라맨으로 출발, 다큐멘터리 감독을 거쳐 국제적 프로젝트 전문 제작자로 유명해진 독일의 대표적 영화인으로 “앞으로 영화가 살아남을 길은 국제 합작뿐이다. 영화작업은 국경을 뛰어 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설사 소통과 사고방식 등에서 충돌이 생긴다 해도 영화계 최고의 인물들과 작업하다보면 늘 이해점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주인공 조르게 역을 맡은 연극배우 출신 울리히 뮈에는 “설익은 밥을 내놓을 상이었다면 영화작업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메피스토> <렌들대령>에 이어 두니옥의 대작이 다시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를린 촬영을 끝으로 크랭크업하는 <스파이 조르게>는 내년 4월 독일과 일본에서 동시 개봉할 계획이다. 베를린=진화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