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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 출판팀장 이해광
2002-07-31

영화제의 멀티플레이어

“치지지직∼ 상황실 나오십시오. 긴급상황 발생입니다.” 무전기의 일종인 TRS(Trunked Radio System)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호출신호에 출판팀장 겸임 상황실 ‘조교’ 이해광(35)씨는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자세다. 눈빛으로만 상황에 조응하며, 나서야 할 순간에

정확히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할 뿐. 위의 ‘긴급상황’도 실은 필자가 끼적여논 설정이다. 올해 부천영화제에서는 긴급상황이라고 불릴 만한 대형사고

소식이 없었다. 다/행/이/다. 그는 다행이 아니라, 준비된 결과라고 슬쩍 교정한다.

지난해부터 사무국에 합류한, 두돌배기 출판팀장치곤 너무 교만한 발언 아닌가 하겠지만, 단발성 임시계약직인 영화제 스탭이

해를 거듭하며 현장에 복무한다는 것의 의미부터 우선 짚자. 험담은 일단 뒤로 미루고. 영화제 인력 태반이 해마다 물갈이되는 통에 운영 노하우가

쌓일 여지가 없었고, 따라서 안정적인 영화제 운영과 발전된 서비스 제공이 어려웠다는 게 그간 영화제들마다의 케케묵은 난제였다.

그러나! 이곳 부천, 6번째 축제의 문을 여는 일꾼들의 손길은 노련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와 함께 지난해부터 일을 시작한 스탭들이 올해도

고스란히 합류한 데 이어, 3∼4년씩 영화제 밥을 축낸 결과, 웬만한 스탭보다 더 노련해진 자원활동가들의 참여가 늘었기 때문. 경험자가

한 사람만 있어도 조직화의 질과 속도가 다르고, 예전엔 TRS로 접수되는 문제상황 하나하나마다 팀장이 개입해야 했지만, 지금은 중간에서

가로채 해결안을 내놓는 사람들이 늘어 조금은 편해졌다는 이해광씨의 너스레가 일리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의 ‘본업1’은 출판팀장이고, ‘본업2’는 상황실 ‘조교’다. 그도 바야흐로 축구판에서 전파돼 사회

곳곳에서 각광받는다는 ‘멀티플레이어’인 셈. 실제로 출판업무로 바쁜 시기는 영화제가 열리기 한달 전쯤인 6월 정도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메인 카탈로그와 티켓 카탈로그가 편집, 교정, 인쇄된다. 영화제가 시작되고 나면 카탈로그 배포라는 엄청난 노역이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출판팀으로서의 업무는 사실상 끝이 난다.

카탈로그 작업만으로도 부족한 한달이지만, 올해는 무려 두개의 책을 더 만들어내는 무리수를 감행했다. 영화제의 결과물들을 가시화해 관객이

영화제에 관련한 각종 정보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메이드 인 피판’ 시리즈 첫탄인 <베르너 헤어조크>와 <메가토크 2001>을 선보인

것. 올해 있을 ‘헤어초크 회고전’을 미리 소개하고, 지난해부터 실시된 공개 심포지엄 ‘메가토크’를 발췌·정리한 이 두권의 책은, 해마다

피판을 찾는 열혈 피파너들은 물론이고, 짧은 기간 동안 열리는 영화제 행사 및 세미나를 놓쳐 아쉬워하는 일반 관객에게 행사장의 생생한 현장감과

더불어 알찬 영화 정보를 제공할 예정. 서점에서도 구할 수 있단다.

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이혜정 hyejung@hani.co.kr

프로필

♣ 1968년생♣ 부산에서 인쇄 편집디자인 회사 ‘디자인 중동’에서 96년부터 2001까지 근무♣ 지난해부터 부천영화제 출판팀장으로 연속 2년째 일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