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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시대 ‘세 동물과 아기바구니’ <아이스 에이지>
2002-08-02

무표정한 송곳니 다람쥐 스크랫의 유일한 낙은 땅에 도토리 넣기다. 드디어 얼음에 도토리를 넣는 순간, 쩍쩍 땅이 갈라지며 눈사태라도 나듯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2만년 전 ‘빙하시대’는 그렇게 시작했다. 폭스의 새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에 따르면 말이다. 100% 입체기술(3D)로 그려진 <아이스 에이지>는 올초 미국에서 개봉해 디즈니의 <몬스터 주식회사><토이 스토리2>에 이어 역대 애니메이션에서 3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 <조의 아파트><에일리언> 시리즈의 컴퓨터그래픽을 맡았던 회사 블루 스카이의 기술력에 낯익은 스토리들을 솜씨좋게 배합해놓은 가족용 애니메이션이다. 3m 키에 8t의 몸무게를 자랑하는 맘모스 ‘맨프레드’. 지금으로부터 2만년 전 빙하시대에 모든 동물들이 남쪽을 향할 때 그는 ‘아니오’라며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매우 부드러운 감수성을 가졌지만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길 싫어한다. 맨프레드의 여행길에 동반하는 이는 수다가 특기인 게으름뱅이 나무늘보 ‘시드’다. 온 가족이 자신만 빼돌리고 길을 떠난 터다. 이들은 호랑이떼의 습격으로 혼자 남겨진 인간의 아기 로산과 마주치고, 시드의 성화로 로산을 인간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나선다. 여기에 아기를 뺏어오기 위해 파견된 첩자 호랑이 ‘디에고’가 합류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주인공이 아기를 두고 쩔쩔매는 모습은 영화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를 연상시킨다. 어린이를 돌려준다는 설정도 <몬스터 주식회사>를 닮았다. 그 때문에 영화의 스토리는 친숙한 대신, 신선하지 않다. 약간의 암시는 있지만 맨프레드의 외로움이 어디서 왔는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한눈에 로산을 가엾이 여기고 인간에게 돌려주자고 나서는 시드는, 모습만 동물일 뿐이지 하는 행동은 지나치게 ‘인간’같아 보인다. 애니메이션의 풍자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아이스 에이지>는 분명 낮은 연령대의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티내지 않으면서도 일행을 챙기는 맨프레드는 아버지처럼 푸근하며 인상적이다. 여기에 수다스런 시드와 서서히 ‘착한’ 마음을 찾아가는 디에고까지, 이 삼총사의 유쾌한 여행기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따뜻한 가족영화로 손색이 없다. 거대한 빙하는 여름 무더위를 날릴 듯 시원해보이며, 새로운 조명 소프트웨어는 3D로 그려진 털복숭이 캐릭터들의 털이 빛에 반사되는 것까지 세밀하게 표현하도록 했다. 낯선 선사시대의 동물들을 애니메이션의 친근감 있는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눈에 띄는 점. 불을 펴놓고 잠드는 장면의 따뜻한 색감에선 머나먼 선사시대의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스크랫, 맨프레드 일행과 마주치는 도도 무리는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들이다. 특히 ‘태권 도도’의 모습을 놓치지 말길. 8일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