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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북 윤곽따라 미리 보는 <오아시스>(1)
2002-08-03

영화는 사랑을 싣고, 콘티는 영화를 싣고

이창동 감독은 무척 꼼꼼하다. 촬영장에선 영화 외에 다른 어디에 잠시라도 한눈팔 틈이 없는 듯하고,

프레임 좌우 1cm 차이를 따져 다시 찍는다. 사전준비도 마찬가지다. 그가 쓴 시나리오에는 그때그때 배우의 내면 심기까지, 마치 소설처럼

기술해놓기가 예사다.

촬영, 편집 마치고 8월15일 개봉 대기중인 그의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의 콘티북은 강의노트를

연상케 한다. 잠시 화가의 꿈을 가졌을 만큼 그림 솜씨도 있는 그가 직접 그린 콘티 옆에 배우와 카메라의 동선, 배경화면의 분위기까지 상세히

기술돼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한신이 끝날 때 ‘주안점’ 또는 ‘중요 콘셉’이라는 제목 아래 3∼4항목의 상세한 주석을 달아놓기도 했다.

<오아시스>는 도무지 사회 적응을 못할 것 같은 전과자 청년과 뇌성마비 장애인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 영화치고는 뜻밖의 소재인 만큼, 완성된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예상하기가 힘들다. 콘티 그림 연결이 잘돼 있고, 옆지문이 친절한

대목을 몇 군데 뽑아 영화 스틸사진과 함께 싣는다. 콘티북대로 연출되지 않은 곳도 있고, 사진도 촬영장에서 스틸사진 기사가 찍은 것이어서

실제 영화화면과는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영화의 느낌을 잡아내기에는 많이 부족하겠지만, 이 감독의 연출의도와 그 의도가 어떻게 화면에 옮겨지는지를

조금이나마 훔쳐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편집자

디자인 한정연 han732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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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거리

C#4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에서 엄마의 옷을 사는 종두(hand held camera)

그림 1)

정차한 버스의 문이 열리고, 종두가 차에서 내려 카메라 앞으로. 카메라2의 움직임을 따라 쫓는다. (최초에는

약간 앙각) 그의 뒤로 다른 승객들 두어명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림 2)

버스에서 내린 뒤부터, 최초 화면에 꽉찬 얼굴 C.U.에서 시작. 화면 오른쪽으로 몇 걸음 걷다가 (버스정류장이

있는)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걷는 종두의 얼굴을 카메라 계속 같은 사이즈를 유지하며 쫓는다.

그림 3)

회면 왼쪽 버스정류장을 향해 다가가는 종두. 카메라와의 거리가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벌어진다. (C.U.→tight

B.S.정도까지) 종두의 표정과 걸음걸이는 조금은 들떠 있는 듯. 2년 반 만에 만나는 거리 풍경에 대한 감회가 나름대로 보인다.

아직은 주변 풍경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다.

그림 4)

종두는 버스정류장 앞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걸어간다. 이제 우리는 여유있는 B.S.

정도로 그를 볼 수 있다. 그가 옆에 있는 사람(중년 남자)을 쳐다본다. 남자는 무심코 그를 돌아본다. 종두가 미소짓는 남자가 고개를

돌린다.

그림 5)

종두: 쌍문동 가는 버스 여기서 타요?

남자: 잘 몰라요.

그림 6)

남자는 종두를 힐끔 쳐다보고 외면한다. 종두는 계속 미소짓고 있다. 그의 미소는 사람들에게 뭔가 이상한

느낌, 왠지 피하고 싶은 느낌을 준다. 그의 기분은 나쁘지 않다. 어쩌면 버스에서 들었던 라디오 음악이 그의 기억 속에 남아서 자신도

모르게 그 곡을 흥얼거리는지도 모른다.

그는 길가의 의류행상쪽으로 걸어간다. 카메라, 그를 따라 pan. 주변 풍경이 더 넓게 보이고, 종두와 주변 풍경과의 부조화가 좀더

드러난다. 그는 행상에게 값을 묻기도 한다.

■ 주 안 점

1. 인물의 소개- 영화는 이 장면, 종두의 불안하고 불균형한 이미지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빡빡 깎은 머리, 여름남방,

추리닝, 그리고 그의 미소와 주변에 반응하고 관심을 보이는 표정 등. 그것은 그를 둘러싼 일상의 풍경에 묘하게 부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표현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거의 눈에 두드러지지 않게 보여져야 한다.

2. 카메라 움직임- 카메라는 매우 자연스럽게 종두의 얼굴에서 점차적으로 그의 옷차림, 타인들과의 반응, 그리고 일상적인

거리 풍경에서의 부조화로 확산시키면서 잡아나간다. hand held의 자연스런 흔들림은 그를 약간 불안정한 이미지로 보여지게

할 것이다.

3. 일상의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 종두의 모습만큼 일상의 모습도 중요하다. 결코 만들어진 모습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특별한 구도도, 그럴싸한 모습도 필요없다. 중요한 것은 연출되지 않은(혹은 연출되지 않은 듯 보이는) 지극히 일회적인 일상이다.

종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특히 중년남자)도 마찬가지. 기본적으로 그들은 종두의 미소를 피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무관심하다.

4. 사운드- 자연스러운 거리의 소음.

용어 설명

S#1┃신1

C#1┃ 컷1

one shot, two shot, three shot ┃ 한 사람만 나오는 숏, 두 사람 나오는 숏, 세 사람 나오는 숏.

frame in, frame out ┃인물이 화면 안으로 들어오고(in) 나감(out).

부감┃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음.

앙각┃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찍음.

C.U.┃ 클로즈업.

B.S.┃ 바스트숏. 가슴선 위로 인물이 잡히는 숏.

W.S.┃ 웨이스트숏. 허리선 위로 인물이 잡히는 숏.

F.S. ┃ 풀숏. 인물의 전신이 잡히는 숏.

L.S. ┃ 롱숏. 피사체와의 거리가 먼 숏

O.S. ┃ off sound. 사람은 화면에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들림.

pan ┃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돌리며 연속촬영.tilt up, tilt down-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위 또는 아래로 돌리며 연속촬영.

boom up, boom down ┃ 카메라를 통채로 위로 올리거나(up), 아래로 내리면서(down) 연속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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