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그대로, 만화 그 이상만화가로서 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마쓰모토 다이요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2편의 영화가 잇따라 공개돼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먼저 6월29일에 개봉한 <우울한 청춘>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작품. 마쓰모토 다이요의 단편집 중에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재구성해서 영화화한 이 작품은 쿨한 리더인 쿠조를 중심으로 한 남자고등학생들의 초조하고 우울한 일상을 그린 영화다. 감독은 1998년 <포르노 스타>로 데뷔한 데 이어, 2001년에 다큐멘터리 <언체인>을 발표한 도요타 도시야키. 주인공인 쿠조를 연기한 배우는 전설적인 배우 고 마쓰다 유사쿠의 아들이며,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로 데뷔한 마쓰다 류해이다. 이 밖에도 <배틀로얄>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젊은 남자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흥행몰이에 일조했다. 한편 7월20일에 개봉한 <핑퐁>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사귄 친구들과 그 라이벌들이 탁구에 몰두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 지난해 <고>로 각종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휩쓴 구보쓰카 료스케가 주연하며 그의 친구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디스턴스> 등에 출연해온 아라타, 탁구 챔피언 역으로 가부키 배우인 나카무라 시도, 중국인 유학생으로 이찬삼, 코치로 다케나카 나오토가 출연하고 있다. 감독은 TV국 TBS의 CG부문에서 활약해온 소리 후미히코. 미국 유학 시절에 제임스 카메론의 특수효과 회사 디지털 도메인에서 <타이타닉>의 CG 제작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다. 이런 경력을 놓고보면 화려한 CG 영상을 펼쳤겠거니 싶겠지만, 주로 탁구시합신에서 사용된 CG는 관객이 거의 깨닫지 못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선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 그간 수많은 작품을 통해 그 역량을 쌓아온 마쓰모토 다이요의 작품은 만화의 테두리를 넘은 팝아트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지금 시부야의 대표적인 극장인 시네마라이즈에서 그의 만화가 원작인 2편의 영화를 나란히 상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지지에 힘입은 것이다. 특히 <핑퐁>은 도쿄에서 개봉 주말에 신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오사카에서도 화려한 출발을 보였고 2주째인 지금도 순조롭게 관객을 모으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들 영화가 원작의 구성과 대사에 충실한 각색을 시도했다는 점. 수많은 만화가 영화화된 최근의 일본영화계에서도 이만큼 원작에 충실한 영화는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두 작품에선 원작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감독의 마음이 느껴진다. 완전히 다른 영화지만 ‘영웅과 그를 신뢰하는 친구의 우정’이란 비슷한 테마를 가진 두편의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이즈음, 마쓰모토 다이요 팬들에겐 아주 행복한 여름이다.도쿄=사토 유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