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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제로> 촬영현장
2002-08-21

80년대 청춘 행진곡

“감히 어디서 ‘스잔’을 들먹여? ‘경아’가 이렇게 멀쩡하게 눈뜨고 있는데.” <스잔>의 김승진이냐, <경아>의 박혜성이냐. 80년대에도 우상을 둘러싼 청춘들의 설전이 있었다. H.O.T냐 젝스키스냐처럼 말이다. <품행제로>의 두 여고생이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 면도칼 씹는 오공주파 보스 나영(공효진)과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모범생 민희(임은경)의 1라운드 대결은 뮤직박스 쟁탈전이지만, 둘은 얼마 뒤면 ‘품행제로, 비행만점’의 전설적인 ‘고삐리’ 중필(류승범)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야 하는 연적이 된다.

“빠르게 빠르게! 더 퍼져도 돼. 크게 돌아!” 8월14일, 광주에 위치한 송정리 롤러스케이트장. 오전에 연출부, 촬영부 가릴 것 없는 스탭들의 열띤 독려 아래 50여명의 보조 출연자들과 함께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얼굴이 번들거리도록 땀을 뺐던 임은경, 공효진, 두 배우는 잠깐의 휴식 이후 계속된 오후 촬영에서도 여전히 ‘쌩쌩’했다. 이날 잠깐 얼굴을 내비치는 장면밖에 없었던 류승범은 감독이 임은경의 동선을 지적해주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모니터 앞에서 ‘자, 슛’ 하고 호가호위하거나, 인라인스케이트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스탭들에게 장난을 거는 여유를 보이기도.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송가 <품행제로>는 현재 촬영이 60% 진행된 상태다. 계속되는 호우로 인해 한때 촬영일정이 연기된 터라 감독과 스탭들 모두 바지런히 움직인다. 영화아카데미 13기 출신인 조근식 감독은 <품행제로>를 통해 “80년대라는 갑갑한 시대, 학교라는 답답한 공간 안에서도 생동감 넘치는 열일곱 청춘들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영화아카데미 선배이기도 한 조용규 촬영감독이 그의 버팀목을 자임하고 있다. 사진 이혜정 글 이영진

♣ 영화와 현실은 반대! 극중에서 공효진 대신 임은경에게 마음 주는 것이 미안해서인지 류승범은 촬영장에서 좀처럼 공효진 곁을 떠나지 않았다.(왼쪽에서부터 첫번째)♣ 주연배우들을 따라다니면서 기회를 엿보다 사인을 요구하는 단역배우들 때문에 제작진이 현장통제에 애를 먹기도. 미처 종이를 구하지 못한 이는 기자의 취재수첩을 빌려서 사인을 받는 기지를 발휘.(두번째)♣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이후 호주에서 유학하다 돌아온 조용규 촬영감독이 휠체어를 타고 무비캠으로 촬영하고 있다.(세번째)♣ ˝용규 형하고는 현장에선 만날 싸우도 나중에 술마시면서 풀죠˝ 서울예대 영화과,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조근식 감독은 <워너비>(연출), <열일곱>(촬영) 등의 단편영화 작업으로 주목받은 적 있다.(네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