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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국영화제 2002 [2] - 영사기사 호세 라모스 인터뷰
2002-09-03

“한국영화는 재미있고 독특하다”뉴욕한국영화제 기간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영화제를 도와준 숨은 일꾼, 영사기사 호세 라모스(47). 그는 영화제가 열린 맨해튼에 자리한 유서깊은 극장,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에서 20년째 영사 일을 하고 있는 푸에르토리칸계 미국인으로 본업은 음악교사이다. 은퇴 뒤, 언더그라운드영화를 지원하는 극장을 여는 것이 꿈인 그는 낮에는 초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밤에는 이곳 앤솔로지에서 일한다. 1980년부터 앤솔로지에서 근무하면서 무수히 많은 실험영화와 인디영화, 단편영화, 외국영화와 각종 영화제를 경험해온 그에게 한국영화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지난해 이어 올해 또 뉴욕한국영화제를 겪으면서 한국영화 마니아가 된 호세 라모스는 대단한 열정으로 한국영화를 진단한다.=한국영화를 다른 나라 영화들과 비교한다면.-매우 재미있는 영화가 많고, 때때로 과장된 표현이 있는 경우도 많다. 피가 튀고, 폭력적이고, 미국영화보다 스케일이 큰 영화도 많다.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도 많다. 나는 할리우드영화보다 미국 인디영화나 유럽영화를 더 많이 보고 있는데, 그 영화들과 비교해볼 때도 한국영화는 개성이 넘친다.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도 많지만. =영화제에 소개된 영화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12편 영화를 다 보았다. 개인적으로 기막힌(‘crazy’라는 표현을 썼다) 경찰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공공의 적>이 최고였다. 액션과 모험, 크레이지한 경찰 등등 할리우드 요소가 많이 있는 영화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훌륭하다. 또 <해피엔드>. 일종의 상투적인 러브스토리지만 매우 낯선 기법의 영화였다. 다음은 <소름>. 느린 예술영화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아주 이례적이고 독특하다.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이 미쳐가는 것을 보라. 그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뉴욕한국영화제가 성공적이라고 보는가.-물론이다. 나는 이곳 앤솔로지에서 많은 영화제들을 봐왔다. 그리스영화제, 인도영화제, 필리핀영화제, 게이 앤 레즈비언영화제, 언더그라운드영화제 등등. 하지만 한국영화제가 제일 성공적이다. 처음 며칠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관객이 찾아온다는 것은 굉장한 성공이다. 극장 앞에 길게 늘어선 관객을 보라. 극장 안 좌석도 꽉꽉 차고, 특히 한국인보다 백인이나 다른 인종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한국영화제 주최쪽을 대단히 신뢰하게 되었다.=뉴욕한국영화제에 바라는 것은.-영화제를 통해 영화가 미국 내에 배급되는 것이다. 지난해 <섬>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그 영화가 이번에 뉴욕에서 개봉된다는 사실에 매우 기뻤다. 영화제 기자시사회 도중 기자 한명이 기절해 실려나간 당시가 생생히 기억난다. 독특한 영화 보기 경험이었다. 이 영화가 뉴욕에서 공식 개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훌륭한 영화이고 결과도 좋을 것이라 전망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10분 내외에 모든 이야기가 전개되는 단편영화를 좋아한다. 내년에도 나는 앤솔로지에서 일할 것이고, 그때는 한국에서 온 실험적인 단편영화들을 보고 싶다. 호세 아저씨는 뉴욕한국영화제를 하면서 한국인들이 인정이 많아서 좋다고 강조한다. 상영시간이 늦어지기 일쑤라 휴식 시간 없이 일하다보면 식사 시간을 자주 놓치곤 하는데, 유독 한국영화제 때만 간식을 영사실로 날라준다고 한다. <시네마천국>의 알프레도 아저씨처럼, 그도 딸이 영사실로 음식을 공급해주었는데, 그나마 딸이 법대에 진학한 바람에 식사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영화도 한국인처럼 사람냄새가 난다고 한다. 영화를 통한 문화의 교류는 이런 사소한 데서 출발한다.▶ 뉴욕한국영화제 200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