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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국영화제 2002 [1]
2002-09-03

뉴욕한국영화제 2002, 8월16일부터 독립영화 전용관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에서 열려한때 뉴욕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중심지였고, 마돈나와 블론디를 배출한 곳으로 유명한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에 자리한 독립영화 전용관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는 꽤 오랜만에 관객으로 북적거렸다. 실험영화와 독립영화, 외국영화, 무성영화 등등 특정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극장인지라, 일주일이 넘게 그것도 뉴요커들이 바캉스를 떠난 뜨거운 여름에 계속 관객으로 붐빈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한번쯤 국제영화제를 오간 전세계의 웬만한 영화가 거의 다 소개될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배급과 흥행의 중심지라는 뉴욕 맨해튼. 그곳을 공습하기까지의 지난한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었다.유학생과 재미동포로 구성된 코리언필름포럼이 주최하고 삼성전자가 주후원사로 참여한 ‘뉴욕한국영화제 2002’는 ‘달콤쌉싸름한 꿈’(Bittersweet Dreams)이란 부제를 달고 8월16일부터 23일까지 12편의 작품을 가지고 앤솔로지에서 개최되었다.

이 영화제는 미동부 지역 유일한 한국영화제이며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다. 게다가 8월23일부터 25일까지는 초청전 형식으로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AM) 시네마테크에서 ‘뉴코리언시네마’란 이름하에 8작품이 상영되었다. 10일간 맨해튼과 브루클린의 아시아영화팬들을 설레게 했던 제2회 뉴욕한국영화제는 1회의 성공적인 첫발에 이어 또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뗐다.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는 개막작인 <공공의 적>과 10월 미국 내 공식개봉을 앞두고 있는 <고양이를 부탁해>를 비롯해 <나비> <마리이야기> <번지점프를 하다> <소름> <와이키키 브라더스> <오! 수정> <친구> <킬러들의 수다> <피도 눈물도 없이> <해피엔드> 등 총 12작품. 올 영화제는 총 5개의 구(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스, 스테튼 아일랜드)로 이루어진 뉴욕시 중 문화적으로 가장 중요한 두개의 구,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동시에 공략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싼 맨해튼의 집값 때문에 젊은 예술가들 집성촌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브루클린의 경우, 한국영화의 새로운 관객층을 발굴했다는 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었다.몇년 사이에 제작된 영화들만으로도 멜로드라마, 갱스터, 필름누아르, 호러, 코미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한국영화산업에 응답이라고 하듯 아시아계, 흑인계, 백인계 등의 인종별 및 청년, 장년, 노인 등 연령별로도 다양하게 관객층이 형성되었다. <공공의 적> <친구> <번지점프를 하다>가 재밌는 영화를 찾는 팬들을 열광시켰다면, <나비> <소름> <오! 수정>은 예술영화를 찾아다니는 팬들에게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선사했다.영화제 초청 게스트로 참석한 강우석 감독에게 그가 한국영화산업 파워 넘버원임을 의식한 한 미국인 관객은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영화에 밀리지 않는 요인에 대해 질문했다. 또한 <나비> 상영 직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문승욱 감독에게 <꽃섬>과 <나비>의 비슷한 점을 지적하면서 송일곤 감독과의 개인적인 교류에 대해 질문하는 관객이 있어,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에 관계자들이 놀라기도 했다. 그 관객은 오직 이 영화제를 보기 위해 베를린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를 타고 온 독일 중년여성으로, <공동경비구역 JSA>를 생애 5대 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며, 이후 만들어진 한국영화를 모두 꼼꼼히 챙겨 보는 열혈 한국영화 팬이다. 언젠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긴 노랑머리와 소녀 같은 인상의 덩치 큰 그녀를 만난다면 환영해주길.한국영화가 이들 외국인들을 매료시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각 영화에 대한 반응은 각양각색 그 자체였다. 얼굴에 피어싱과 눈화장을 짙게 한 가죽바지의 펑크족 남성 관객은 “<친구>는 정말로 과거의 향수를 자극한다. 내가 미국인이라,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친구>의 분위기와 음악은 내게도 아련한 추억을 상기토록 한다. 난 이 영화를 부산영화제에서 보고 뉴욕에 와서 또 보고 있다. <거짓말> 이후 기회만 있으면 한국영화는 계속 본다. 올 영화제 초청작 중에서 <고양이를 부탁해>만이 미국에 배급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친구>와 <번지점프를 하다>를 미국 배급사들이 왜 아직도 그냥 놔두는 건지”라고 한탄하며 유창하게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한다.

일본인 관객 레이나 히가시타니는 “이번 영화제에서 보는 대부분의 영화가 감독의 데뷔작, 혹은 두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정말로 놀랍다. 이렇게 젊은 감독들이 대거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영화계와 비교할 때 매우 다른 점으로 잠재성이 풍부하다”라고 한국영화를 평하며, 9월 말에 있을 뉴욕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 2편(<취화선>과 <생활의 발견>)을 미리 예매하겠다고 귀띔한다. 대학에서 문화이론을 전공한다는 중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류는 “나는 전지현을 사랑하고, 내 동생은 원빈을 사랑한다. 중국영화도 열심히 보지만 한국영화가 더 재미있다. 차이나타운에서 판매되는 한국영화 DVD는 무조건 다 산다”라고 해, 한류열풍이 미국에 살고 있는 중국계 이민자들에게도 유효함을 증명해 보였다. 부산영화제에 가보는 게 꿈이라는 아동잡지 편집인 린제이 헤론은 단 한 작품을 제외한 모든 작품들을 감상하고, 선호하는 순서대로 인터넷상에 11개 작품에 대한 개인리뷰를 올려 주최쪽을 기쁘게 해주었다.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훌륭한 영화제였다는 평가 또한 잊지 않았다. 이러한 새로운 영화에 대한 관객의 움직임을 언론이나 영화산업에서 당연히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뉴욕영화계 및 문화계 인사들로 성황을 이룬 개막 리셉션장에는 키노 인터내셔널이나 퍼스트런피처스 등의 배급사 관계자뿐만 아니라, <선댄스채널> <뉴욕포스트> 등의 언론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한국영화의 성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뉴욕 데일리뉴스>는 영화제 소개와 함께 한국영화산업과 역사를 설명하는 기사를 실었으며, <브루클린 하이츠 페이퍼>는 “한국영화는 지난 몇년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와 유럽에서 성공하고 있고, 자막읽기 혐오증에 빠져 있는 미국에서도 속속 개봉되고 있다”며 <소름>과 관련해 윤종찬 감독과의 인터뷰 기사를 크게 내보냈다. <뉴욕포스트>는 <오! 수정>과 <친구>를 꼭 봐야할 영화로 추천하고 있으며, <빌리지 보이스>는 “미국 애니메이터들을 부끄럽게 하는 꿈결같은 서정시”라고 <마리이야기>를 극찬했다. 또한, 아시아영화에 지면을 할애하는 데 인색한 <뉴욕타임스>는 제1회 뉴욕한국영화제 초청작 중 하나이며, 영화제 기간 중 뉴욕에서 공식개봉한 <섬>에 대해 호의적인 리뷰기사를 실었다.영화제 직후, 앤솔로지나 BAM 시네마테크가 내년 영화제를 어서 기획하자고 서두르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스탠리 콴의 <란유>를 개봉하고 있는 쿼드시네마 등 뉴욕에서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자리잡은 극장주들은 내년 영화제 행사장으로 자신의 극장을 활용해줄 것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코리언필름포럼의 노광우씨는 “장기적으로는 뉴욕에서 행사가 끝나지 않고 동북부 지역을 순회하는 방식도 구상 중에 있다”라고 전한다. 새로운 영화에 대한 갈증은 뉴요커에게서만이 아니라, 멀리 필라델피아와 보스턴, 시카고에서도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산업의 호황과 작품성 있는 한국영화의 등장은 주류영화에 식상해져 새로움을 갈구하고 있는 미국인들을 만족시켜줄 것이다. 비록 작은 규모의 행사지만 뉴욕 주류문화 소비지의 한가운데에 한국영화를 가져다 놓았고, 일반 관객의 호응까지 높다는 점은 미국 시장에 한국영화가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다.그러나 관객으로 영화제를 찾은 진원석 감독이 지적하듯이, 미국 배급사 입장에서 한국영화는 홍콩영화의 대안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블록버스터와 예술영화가 혼재하며 장르상으로도 다양하지만, 한국영화만의 공통분모적인 특이성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것은 배급에서 걸림돌로 작용한다. 뉴욕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영화는 일본, 이란, 인도, 대만, 중국 등 타아시아영화가 독특한 자기 색깔을 지니는 것에 비해 할리우드영화와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코리언필름포럼의 양지현씨는 “뉴욕 내 백인계 미국인이나 타아시아계 관객의 호응에 비교해볼 때 한국 교민의 반응이 그리 뜨겁지는 않다. 한국계 관객의 호응이 없다면 미국 배급사들이 한국영화 개봉을 꺼려할 것은 당연하다”라는 점을 지적한다. 뉴요커 전체를 대상으로 영화제는 자리잡고 있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한국계의 더 큰 호응이 뒷받침돼야만 한국영화의 미국 내 진출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한국영화의 해외진출은 더이상 뉴스거리가 아니지만, 미국 시장 내 진출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이란이나 대만영화처럼 뚜렷한 색채를 지니지도, 인도나 중국영화처럼 두터운 관객층을 보유하지도 않은 한국영화는 새로이 시작하는 마음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뉴욕한국영화제는 한국영화에 대한 미국 관객의 잠재성을 일깨우고 그들을 한국 문화팬층으로 유도해내는 데에 있는 듯하다. 코리언필름포럼은 상영행사 외에도 체계적인 연구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객의 관심을 늦추지 않을 방침임을 내보였다. 뉴욕=정민아 통신원▶ 뉴욕한국영화제 2002 [2] - 영사기사 호세 라모스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