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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_ OFF STAGE (5)
2002-09-07

OFF STAGE

시스템은 안 변하다, 변해야 하는 건 나다라는 생각을 했다면 영화도 바뀔 것 같다.

→ 달라지고 있잖아. 이 영화 굉장히 달라지고 있어. <거짓말> 때도 달라진 거라고. 그때 내가 왜 <거짓말>을 자신있게 했냐. 비난을 무릅쓰고. 전에도 차별을 넘어서, 선악의 분별을 버리고, 그런 얘기 했잖아. 어떻게 보면 지금 영화는 확장이지. 그때도 섹스라는 걸 통해 놀면서 한 거고, 이건 액션을 통해서. 같은 얘기를 수없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지도 모르지. 왜 영화를 하느냐, 그건 어떻게 세상을 보느냐에서 시작해야 하거든. 이렇게 해서 돈 번다, 예술한다, 이건 사실 아무 관계가 없다고.

그러면 <거짓말>부터 시작한, 영화를 통한 싸움, 전선이 있다면.

→ 일종의 편견에 대한 싸움이지. 죽어 있는 사고방식에 대한 싸움. 남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고방식에 대한 싸움. 편견이 주는 고통이 엄청 크잖아. <죽어도 좋아>가 검열 때문에 개봉 못하고. 편견을 무너뜨리면 다 망가지는 줄 알고. 그런 거에 대한 분노도 많지. 나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성소>도 그런 흔한 사고방식에 대한 시비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착한 영화인데, 좀더 친절해지자, 그런 생각 안 했나.

→ 당연히 도전이지, 또 도발이지. 그런데 뭐, 다 행복해지자고 하는 건데. 도발할 만하지. 우리 모두 잘살자고 하는 건데. 이런 건 있어. 친절해진다기보다 모든 말이 쉬워져야 해. 근데 쉽게 말하기 진짜 어렵거든. 부처님이 놀라운 점 중 하나가 사람에게 맞게, 그 사람의 이해력에 맞게 얘길 한다고. 정확히 깨달은 사람은 표현을 쉽게 할 수 있어. 내 목표도 갈수록 쉬워지는 거야. <성소>도 쉬운 영화인데 다만 게임처럼 만만치 않은 층위가 있고, 목적을 향한 힌트와 암시가 있는 거지. 단순한 게임만 있으면 재미가 없을 걸. 추사 김정희 이야기도 그래서 하는 거야. 추사가 죽을 때는 아이들 글씨처럼 쉽게 썼어. 처음 8살 때 쓴 거랑 그때 건 같은 느낌을 주지만 다르다고. 그 쉬움, 편안함은 나도 되게 갈망하지. 그게 목표야. 쉬워지자,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자.

<금강경>에 이 경전의 구절 하나 외워서 들려주는 게 매우 큰 공덕이라는 말이 있던데.

→ 사실 그거 믿고 있는 거지. 이 우주를 칠보보석으로 쌓아서 구도자들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금강경 한줄 알려주는 게 훨씬 큰 공덕이다, 부처님이 그러셨거든. 내가 그거 믿고 까부는 거지. 공덕이다. 그러니까 영화에 들어가는 돈은 다 보시. 관객은 수지 맞는 거지 사실. (웃음) 그 돈 들여서 이런 보시를 하는데. 아 또 뻔뻔해진다.

<이별에 대하여>라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떤 영화인가.

→ 정말 제목밖에 안 정했다. <바리공주>가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가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별에 대하여 얘기하는 것. 그 이별이 남녀간의 이별인지도 정해지지 않았어. 사랑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영화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지금까지는 하고 싶은 것이라기보다 해야 할 것 같아서 만들었거든. 그래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 아주 느려터진 영화가 될지 너무 쉬워서 어린애 같은 영화가 될지. 그때 가봐야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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