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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리포트] 사막의 공주, 파리를 사로잡다
2002-09-10

<무사> 프랑스 개봉 성공, 한국영화 긍정적 인지도 높여지난 8월28일 김성수 감독의 <무사>가 <사막의 공주>라는 타이틀로 프랑스에서 개봉됐다. 이미 <텔미썸딩>을 배급한 바 있는 SND배급사를 통한 <무사>의 개봉은 파리의 28개관을 포함 프랑스 전국 145개관에서 대대적인 규모로 이루어졌다. 배급사에 따르면 <무사>는 개봉 5일 만에 전국에서 7만5천명의 관객을 모아 대단히 만족스런 출발을 했다고 한다. <무사>보다 1주일 먼저 개봉한 주성치의 <소림축구>는 전국 329개관에서 1주 만에 28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아 놀라움을 일으켰는데, 연이어 <무사>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자 아시아영화의 상업적인 파급력에 다시금 관심이 모이고 있다.<무사>의 성공을 이뤄낸 영화 외적인 요소들을 몇 가지 지적할 수 있다. 먼저 적절한 개봉시기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 긴 여름 바캉스가 끝나는 8월 말은 바캉스로 도시를 비웠던 사람들이 돌아와 직장이나 학교로 돌아갈 것을 준비하며 마지막 남은 며칠의 바캉스를 어떻게 최대한 즐길지를 고심하는 기간이다. 영화로 보면 8월 말은 비수기인 여름 바캉스 동안의 졸작 대행진이 끝나고 화제작들이 서서히 쏟아지는 9월 중순 사이의 과도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개봉한 <무사>는 이후 쏟아질 블록버스터, 화제작들과의 경쟁을 피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기 직전의 사람들에게 이질적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대형 스펙터클을 제공해준다.

다음은 전략적인 홍보를 들 수 있다. 원래 타이틀인 <무사>가 <사막의 공주>로 바뀐 데서 짐작되듯 극한 상황에서 영웅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남성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와호장룡>으로 프랑스에서도 아주 잘 알려진 장쯔이를 전면에 내세워 낭만적인 사랑이 부각되었다. 개봉 전 지하철 광고판을 도배하다시피 장식한 영화포스터는 장쯔이를 중앙에 두고 호위병처럼 곁을 지키는 안성기를 포함한 세명의 무사를 담고 있다. 장쯔이가 부각되면서 일반 관객에게는 영화의 국적이 모호해지며 잘 모르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는 한국영화이기보다는 이국적인 매력을 가진 아시아영화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무사>에 대한 프랑스 언론의 평은 기본적으로 스타 배우들과 대규모 예산을 들여 만든 대형 스펙터클영화라는 틀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고야 그림을 연상시키는 끔찍한 전투장면의 생생함을 예로 들어 시각적인 효과의 높은 수준을 지적하면서도 무거운 이야기가 이 효과들을 희석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반면 <프리미어>는 한국영화산업의 건강한 상태를 대변해주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며 다음과 같이 호평했다. “무사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 넘쳐나는 모험영화로 영웅적인 영화의 고전적인 주제를 풍부하게 보여준다. 즉 극단적인 상황에 부딪혀 드러나는 각인물들의 인간됨과 지도자들의 위대함과 의무감 또 희생정신과 생존본능을 그린다. 영화는 중세를 배경으로 하지만 매우 동시대적이다. 한편으론 이 영화는 단기간에 높은 수준의 재정적, 기술적, 예술적 능력을 갖춘 번창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건강상태를 대변해준다. 김성수 감독은 이 영화의 스타일을 통해 볼 때 풍부한 영화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페킨파의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 감독은 이 지식을 통찰력있는 스펙터클을 만드는데 잘 사용하고 있다. 아직 성숙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범아시아적인 시각을 가진 영화의 영웅은 아주 작은 외교적인 실수도 피하기위해 주의를 기울인다. 한국인으로 그는 결코 중국인이나 몽고인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의 보편적인 주제는 비교적 정확하게 비공격적인 노선을 주창하는 우리시대의 새로운 세계질서 의식에 맞물린다. 이점은 전쟁영화에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유럽 배급때 30분이 줄어들었다 해도 이 영화는 짧지만 강렬한 몇몇 학살장면을 담고 있다.” 파리=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