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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축구> SE
2002-09-19

`감독` 주성치를 만나다

Shaolin Soccer SE감독 주성치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오디오 DD 2.0, 5.1, DTS 지역코드 3 출시사 스펙트럼

이 세상에는 주성치의 열혈팬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두 부류가 존재한다. 불행하게도, 나는 후자에 속했다. 여기서 불행하다고 하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주변에 생각보다 너무 많은 주성치의 열혈팬들이 포진하고 있어 항상 주성치 영화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아야 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런 주변의 압력에 답하고자 개인적인 정성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성치 영화만의 ‘그 진정한 유머’라는 것을 진짜, 전혀, 조금도 느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주변에서 ‘주성치 영화의 정수’라고 엄선해준 <식신>과 <희극지왕>을 보면서 기껏 떠올린 생각이, ‘지금 당장 비디오를 부셔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였겠는가. 재미있기는커녕, 그 황당한 오버 액션 유머에 혈압만 쭉쭉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 후로 지금까지 주성치가 화제에 오르면 애매한 웃음으로 피해나가는 방법을 선택해왔다. 그런 속사정이 있었으니 주성치의 최신작 <소림축구>가 월드컵 열기와 함께 폭풍같이 등장했어도 별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리뷰를 위한 의무감에서 <소림 축구> DVD를 보다가 정말 신기한 일이 발생해버렸다. 예상과는 달리 대단히, 정말 대단히 재미있게 본 것이다. 물론 주성치 특유의 오버 액션과 황당한 유머 그리고 어설픈 특수효과는 여전히 적응이 어렵긴 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독특하고 엉뚱하지만 일반적인 정서도 가미된 유머가 깔려 있어, 시종일관 유쾌한 느낌을 받았던 것. 거기에 주성치가 공터 벽에다 축구공을 연속적으로 차는 연습 장면이나 상상초월의 경기 장면에서 맛볼 수 있는 시각적인 재미와, 그에 걸맞게 결합된 육중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사운드도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들 만큼 매력적이었다.

본편 영화와 함께 <소림 축구> DVD의 또 다른 매력 하나는, ‘Making Film’ 코너을 통해 감독으로서의 주성치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분위기를 잡다가도 금새 웃기기를 시도하던 영화 속의 ‘주성치’와는 전혀 다른, 촬영현장을 지도하고 영화의 방향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주성치’의 모습은 대단히 새로워 보인다. 이 밖에도 삭제장면과 CG를 본편 영화를 보면서 함께 볼 수 있는 ‘Enjoy Movie with Special Feature’ 코너가 따로 수록되어 있는 등, 열혈팬이 절대 아닌 일반 관객에게도 <소림 축구> DVD는 충분히 즐길만한 매력을 지닌 타이틀이다.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