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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2002-09-19

TV 영화

Children Of Heaven 1997년, 감독 마지드 마지디 출연 바하레 시디키 MBC 9월22일(일) 낮 12시10분

<천국의 아이들>은 놀라운 영화다. 영화는 사소한 모티브에서 출발한다. 작은 물건 하나를 분실한 뒤 어느 아이의 삶이, 생활 전체가 순식간에 붕괴할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은 어른이 된 사람이라도 가슴 뜨끔할 만한 기억을 하나쯤 품고 있게 마련이다.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뭔가 잃어버린 뒤 진땀을 흘려본 적 있거나 어른들 꾸지람을 두려워했던 기억은 흔한 것이다.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이렇듯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하얀 풍선> 등 이란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천국의 아이들>은 신선한 영화가 아닐지 모른다. 이란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이 반복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눈동자를 연신 반짝이는 아역배우들의 순진무구한 연기를 보노라면 역시 즐겁다.

초등학생 알리는 심부름을 갔다가 여동생을 구두를 잃어버린다. 하나뿐인 여동생의 구두가 없어지자 알리는 동생을 달래지만 집안은 새 신발을 살 만한 형편이 아니다. 결국 알리는 한 가지 꾀를 내는데 오전반인 동생의 수업이 끝나면 알리가 신발을 바꿔신은 뒤 등교하는 것. 알리는 지각을 하고 선생님께 혼이 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다. 동생인 자라는 자신의 것으로 짐작되는 신발을 신은 아이의 뒤를 밟지만 중간에 생각을 바꿔 포기한다. 알리는 달리기 대회의 상품이 운동화라는 사실을 알고 달리기에 전념한다. <천국의 아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 시선에 눈높이를 맞춘다. 알리의 동생이 신발을 발견하고도 되찾겠다는 마음을 고쳐 먹는 것도 그렇다. 신발을 가져간 아이네 집안 형편이 더 어렵다는 걸 알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착한 결심이다. 영화엔 알리, 그의 아버지가 고급주택이 즐비한 동네를 돌아다니는 대목도 눈에 띈다. 이탈리아영화 <자전거도둑>을 연상케 하는 이 장면에서 아이와 아버지는 부자들 집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일거리를 얻으러 다니는 힘든 시간을 보낸다.

<천국의 아이들>의 절정부는 달리기 시퀀스다. 대회에 참여한 알리는 오로지 3등을 하기 위해 달린다. 3등 상품이 운동화니까. 중간에 호흡을 놓쳐 빨리 달린다 싶으면 알리는 속도를 늦춰 등수를 유지하려고 안간힘 쓴다. 이란의 탁 트인 야외공간에서 촬영한 달리기 대회 시퀀스는 심각함을 배제한 유머로 가득하다. 영화를 보는 이 역시 알리의 입장에서 달리기에 동참하게 된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처지거나 혹은 빨리 달린다 싶으면 안타까운 심정에 젖게 되는 것이다. <천국의 아이들>을 만든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비전문배우를 기용하고 거리에서 대부분 장면을 촬영하는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리얼리즘영화의 수칙을 준수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논하는 데 있어 과연 리얼리즘영화인지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아시아 주변부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이렇듯 생생하게 삶의 무늬를 재현하고 있으며 보편적인 어법으로 관객에게 다가설 수 있음은, 그저 감탄사를 내뱉게 할 따름이다.

★ 공중파 TV 영화관련 프로그램 편성표 보기

<툼레이더>부터 <천국의 아이들>까지, 추석영화 열전

<▶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툼레이더>

<▶ 하워드 혹스 감독의 <붉은 강>

<▶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천국의 아이들>

<▶ 존 허츠펠드 감독의

<▶ 식스센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외 3편

<▶ 친구, 글래디에이터, 신라의 달밤 외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