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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결산(1)
2002-09-19

<막달렌 시스터즈>에 황금사자상, <오아시스>는 2개부문 석권

베니스=김혜리 vermeer@hani.co.kr·취재협조 윤성봉, 한창호

수백을 헤아리는 다리와 골목, 흡사 검은 관과 같은 곤돌라들이 떠다니는 수로의 거미줄에 감싸인 도시 베니스는 그대로 하나의 아름다운 미궁이다. 비밀과 마법을 은닉한 베니스의 자태는 니콜라스 뢰그의 <돈 루크 나우>, 앤서니 밍겔라의 <리플리>, 이안 소프틀리의 <도브>처럼 황금 같은 지중해의 햇살 뒤에서 인간의 깊은 어둠을 보는 영화들을 유혹해왔다. 그러나 지난 9월8일 닻을 내린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부족한 것은 다름아닌 미스터리였다. 미라 네어 감독의 <몬순 웨딩>에 그랑프리를 선사해 놀라움과 탄식을 동시에 자아냈던 지난해 폐막식과 달리, 올해의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피터 멀랜 감독의 <막달렌 시스터즈>와 여우주연상, 개인 공헌상(촬영)을 차지한 <파 프롬 헤븐>은 영화제 초반부터 내내 일반 관객과 기자들의 지지도 상위권에 머무른 경쟁작이었다. 우익 베를루스코니 정권이 비엔날레 관계자를 비롯한 문화정책 실행자들을 물갈이하면서, 마감 4개월을 남겨두고 영화 선정 담당자들의 집단사퇴 공백을 모리츠 데 하델른 신임 집행위원장의 개인 전화번호부에 든 네트워크로 기적적으로 막아낸 스크린 바깥의 파란만장한 드라마에 비해, 베니스 은막은 잔잔했다.

황금사자상 둘러싼 논란

그러나 황금사자상 수상작 <막달렌 시스터즈>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반발과 피터 멀랜 감독의 응수는 평온했던 올해 베니스에서 하나의 파도를 만들어냈다. 너무 아름답거나 추해서, 강간당했거나 미혼모라서 '방종'하다고 낙인찍힌 소녀들을 가두고 노예에 가까운 세탁부 생활을 강요한 1960년대 아일랜드 수녀원의 가학적 행태를 그린 <막달렌 시스터즈>는 영화제 초반의 싱싱한 열기 속에서 관객을 '선동'하는 데 멋지게 성공했으나 더불어 바티칸의 뜨거운 적의를 샀다. 바티칸의 <오세르바토레 로마노>는 <막달렌 시스터즈>의 베니스 시사 직후 "베니스는 이 영화를 경솔하게 예술품으로 대접하고 있다"고 썼으며, 9월8일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을 접한 토니니 추기경은 "그 영화는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다. <막달렌 시스터즈>의 수상은 영화제의 불명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사회당을 지원해온 사회주의자 피터 멀랜 감독은 보라색 킬트 차림으로 트로피를 받아안고 "영광이다. <막달렌 시스터즈>는 그저 가톨릭 교회가 아일랜드에서 어떻게 젊은 여성들을 억압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여성의 자유와 성, 교육, 노동의 신성함을 억압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모든 신앙을 비난하는 영화"라고 선언했다. 또한 멀랜은 수상 뒤 와의 인터뷰에서 가톨릭 교회가 영화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점에 대단히 실망했다고 받아쳤다.

감독상과 최고의 신인연기자에게 주어지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상, 비공식 상인 국제 비평가협회상을 석권한 <오아시스>는 칸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을 국제영화제 무대에 인상적으로 소개한 <박하사탕>에 이어 이 감독을, 주목할 만한 시선을 지닌 아시아의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국제 비평가협회는 선정의 변에서 "주인공들의 소통장애에 대한 용감하고 대담한 탐구"라고 <오아시스>를 묘사했다. 베네치아59 경쟁부문에서는 일본 전통 인형극 분라쿠를 영화 매체로 옮겨 놓은 기타노 다케시의 기괴한 사랑영화 <인형들>과 대만 장초치 감독의 <좋은 시절>(Best of Times)은 <오아시스>와 더불어 아시아영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인형들>은 전작에 비해 진해진 관념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평점을 받아 유럽에 형성된 기타노 다케시의 팬덤을 확인시켰다. <인형들>은 가을 시즌의 최대 영화시장인 토론토영화제를 기다리지 않고 베니스에서 일찌감치 유럽 7, 8개국에 판권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허우샤오시엔의 조감독 출신 장초치의 <좋은 시절>은 제목의 반어법이 암시하듯 병마와 폭력으로 내상을 입는 한 가족의 수난을 통해 삶의 어둠과 죽음의 빛을 보여주어 대만영화의 장기를 발휘했으나 현지 언론으로부터 "품위있지만 데자뷰 현상을 일으킨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남우주연상은 이탈리아영화 <사랑이라고 불리는 여행>에서 시인 디에고 캄파나로 분한 스테파노 아코르시에게, 여우주연상은 <세이프>의 파트너 토드 헤인즈 감독이 오직 그녀를 염두에 두고 각본을 쓴 <파 프롬 헤븐>에서 어느 날 갑자기 믿어온 모든 가치의 희생자가 되어버리는 1950년대 주부 역으로 한치 오차없는 연기를 과시해 상영 직후부터 "경쟁상대 없는 주연상 후보"로 불린 줄리언 무어에게 돌아갔다. 파트리스 르콩트의 <기차의 남자>, 샘 멘데스의 <로드 투 퍼디션>은 연기상과 작품상의 본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영화목록에 줄곧 머물렀으나 <기차의 남자>가 올해 처음 시행된 관객상 '플라스틱 사자상' 작품상을 받은 것 외에는 결국 빈손으로 리도 섬을 떠났다.

수상결과

공식 경쟁부문

베네치아59 경쟁

황금사자상

심사위원 대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볼피 컵)

남녀 주연상(볼피 컵)

최우수 신인연기상

(마르첼로 마스토로이안니상)

최고 개인 공헌상

<막달렌 시스터즈> (피터 멀랜, 영국)

<백치들의 집>(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러시아)

이창동(<오아시스>, 한국)

스테파노 아코르시(<사랑이라 불리는 여행>, 이탈리아)

줄리안 무어(<파 프롬 헤븐>, 미국)

문소리 (<오아시스>, 한국)

문소리 (<오아시스>, 한국)

에드 라흐만(<파 프롬 헤븐> 촬영, 미국)

업스트림

작품상

(산 마르코 상, 상금 5만 유로)

심사위원 대상

특별언급

<작은 마을의 봄>(티안 주앙주앙,

중국)

<작은 마을의 봄>(티안 주앙주앙, 중국)

(츠카모토 신야, 일본)

<화장실, 어디예요?> (프루트 챈, 홍콩&한국)

<열정의 처녀>(아르투로 립스텡,스페인,멕시코&포르투갈)

특별부문

최우수 데뷔작품상(미래의 사자상)

<두 친구>

(감독 스피로 시모네&프란체스코 스프라멜리, 이탈리아) <로저 다저>(감독 딜란 키드, 미국)

단편부문

최우수 단편상(은사자상)최우수 유럽 단편상(UIP상)특별언급

<광대> (감독 이리나 에프티바, 러시아)<해적의 연인>(감독 소피아 페터피, 헝가리)<템포> (감독 페르 칼슨,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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