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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테이의 <Sweet Robots Against the Machine>
2002-09-19

변화무쌍한 일렉트로니카

재일동포 뮤지션 토와테이(정동화)는 일본 출신으로 세계 팝음악계에 가장 많이 알려진 DJ라 할 만하다. 사실 그의 음악활동이 처음부터 일본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의 음악적 성장은 그가 뉴욕의 디자인학교인 ‘파슨스’에 유학을 간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학교를 다니면서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기도 했던 그는 전설적인 테크노 힙합 DJ인 아프리카 밤바아타(Africa Bambaataa)를 만나면서 뉴욕의 힙합-일렉트로니카 판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나 정글 브러더스 등 뉴욕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최고로 지적인 힙합 뮤지션들과 교류하게 되고, 그러면서 점차 자신의 이름을 뉴욕의 클럽들에 각인시켜 나갔다. 그의 경력이 한 단계 도약한 것은 는 1990년대 초 일렉트로니카 댄스 트리오 ‘Deeelite’에 참여하여 전세계적인 히트곡 를 발표하면서부터. 그 이후 그 명성이 일본으로 역수입되어 그는 일본의 일렉트로니카 판에서 일약 정상급 뮤지션 대우를 받게 된다.

1995년에 나온 그의 첫 솔로 앨범 <퓨쳐 리스닝>(Future Listening)은 그의 명성이 헛소문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앨범에서 커트되어 역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Technova>는 재즈적 색채가 가미된 라운지 계열의 기념비적인 곡이다. 보사노바의 테크노적 변형에 완전히 성공한 이 노래는 상큼하고 개성있는 사운드로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는데, 복고적 느낌을 첨단적인 전자음악의 언어 속에 녹임으로써 라운지의 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분야에서는 틀림없이 선구적인 곡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Sweet Robots Against the Machine>은 그의 첫 앨범과는 상당한 음악적 거리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복고적인 라운지의 느낌이 많이 줄어들고 느린 정글 스타일의 리듬 분할과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음의 사용이 어우러진, 장르를 딱 집어내기 힘든 특유의 일렉트로니카를 구사한다. 물론 <The End of a Love Affair> 같은 노래는 보사노바와 테크노, 그리고 재즈적 색채를 뒤섞는 예전 스타일을 두드러지게 답습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하우스적인 감각보다는 흑인적 리듬운용에 많은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앨범의 첫곡인 <Audio Sex>에 사용된 드럼 샘플은 뜻밖에도 상당히 록적이다. 앨범 초반의 곡들이 정글풍의 댄서블한 리듬을 지니고 있는 반면 뒤로 갈수록 실험적이다. 깊은 울림의 재즈 색소폰을 샘플링하여 노이즈로 버무린 <Sampling Principle>이나 민속음악적 색채로 17분을 칠하는 마지막 곡 <Pitamaha Bamboo> 같은 곡은 토와테이 음악의 넓이를 가늠케 해준다. 그는 역시 촌철살인의 리듬감으로 밥먹고 사는 사람이다.

서구에서, 그리고 일본에서의 지명도를 고려한다면 우리에게는 (재일동포임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소개된 감이 없지 않으나 그렇게라도 소개되어 팬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으니 좋은 일이다. 지난 8월에는 이번 앨범의 홍보도 겸하여 한국에 와서 현장 DJ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의 디제잉을 직접 들으면서 느낀 것은, 역시 그의 음악에는 힙합의 영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힙합을 두배로 빠르게 하면 정글인데, 정글 계열의 선곡이 많은 것 역시 그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의 대표적인 히트곡들도 간간이 섞어가며 디제잉을 하여 팬들의 열화 같은 성원을 끌어냈다. 그러나 역시 그의 본령은 ‘만드는’ 테크노쪽이 아닌가 싶다. 그가 ‘만든’ 음악들이 그가 ‘믹싱한’ 음악들보다 더 좋다. 디제이들 중에 간혹 그런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성기완/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