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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테이의 <Sweet Robots Against the Machine>
2002-09-25

변화무쌍한 일렉트로니카

재일동포 뮤지션 토와테이(정동화)는 일본 출신으로 세계 팝 음악계에 가장 많이 알려진 DJ라 할 만하다. 사실 그의 음악활동이 처음부터 일본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의 음악적 성장은 그가 뉴욕의 디자인학교인 ‘파슨스’에 유학을 간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학교를 다니면서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기도 했던 그는 전설적인 테크노 힙합 DJ인 아프리카 밤바아타(Africa Bambaataa)를 만나면서 뉴욕의 힙합-일렉트로니카판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나 정글 브러더스 등 뉴욕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최고로 지적인 힙합 뮤지션들과 교류하게 되고, 그러면서 점차 자신의 이름을 뉴욕의 클럽들에 각인시켜나갔다. 그의 경력이 한 단계 도약한 것은 1990년대 초 일렉트로니카 댄스 트리오 ‘Deeelite’에 참여해 전세계적인 히트곡 <Groove is in the Heart>를 발표하면서부터. 그뒤 그 명성이 일본으로 역수입되어 그는 일본의 일렉트로니카판에서 일약 정상급 뮤지션 대우를 받게 된다.

1995년에 나온 그의 첫 솔로 앨범 <퓨처 리스닝>(Future Listening)은 그의 명성이 헛소문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앨범에서 커트되어 역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Technova>는 재즈적 색채가 가미된 라운지 계열의 기념비적인 곡이다. 보사노바의 테크노적 변형에 완전히 성공한 이 노래는 상큼하고 개성있는 사운드로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는데, 복고적 느낌을 첨단적인 전자음악의 언어 속에 녹임으로써 라운지의 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분야에서는 틀림없이 선구적인 곡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Sweet Robots Against the Machine>은 그의 첫 앨범과는 상당한 음악적 거리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복고적인 라운지의 느낌이 많이 사라지고 느린 정글 스타일의 리듬 분할과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음의 사용이 어우러진, 장르를 딱 집어내기 힘든 특유의 일렉트로니카를 구사한다. 물론 <The End of a Love Affair> 같은 노래는 보사노바와 테크노, 그리고 재즈적 색채를 뒤섞는 예전 스타일을 두드러지게 답습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하우스적인 감각보다는 흑인적 리듬운용에 많은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앨범의 첫곡인 <Audio Sex>에 사용된 드럼 샘플은 뜻밖에도 상당히 록적이다. 앨범 초반의 곡들이 정글풍의 댄서블한 리듬을 지니고 있는 반면 뒤로 갈수록 실험적이다. 깊은 울림의 재즈 색소폰을 샘플링하여 노이즈오 버무린 <Sampling Principle>이나 민속음악적 색채로 17분을 칠하는 마지막 곡 <Pitamaha Bamboo> 같은 곡은 토와테이 음악의 넓이를 가늠케 해준다. 그는 역시 촌철살인의 리듬감으로 밥먹고 사는 사람이다. 지난 8월에 방한하여 현장 DJ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준 그가 한국팬들을 얼마나 더 모을지 주목된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