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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조감독 이채승
2002-10-02

캐스팅,헌팅 비법 궁금하세요?

2001년 여름, KBS가 영화계의 신진 감독들을 대거 기용해 납량 시리즈를 제작한 바 있다. 방송에서 뜬 연기자들이 충무로 진출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단막극이지만, 영화감독이 방송으로 역이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선한 ‘사건’이었다. <리베라 메>의 양윤호 감독, <물고기자리>의 김형태 감독, <가위>의 안병기 감독 등이 연출을 맡기로 한 납량특집 4부작 <도시괴담>이 소문의 진원지였다. 양윤호 감독은 과거 전쟁에서 패하고 생매장당한 백제 여장수의 영혼이 서린 음악실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담은 <죽은 자의 노래>를, 안병기 감독은 시체 해부실을 배경으로 원혼의 저주에 얽힌 잇단 죽음을 다룬 <비명>을, 김형태 감독은 도플갱어를 소재로 한 <생령>을 각각 연출하기로 했으나, 유산으로 물려받은 산장에서 발생하는 공포의 사건을 다룰, 마지막편인 <어둠의 집>은 쉽사리 감독 섭외가 되지 않았다. 귀신이 출몰하는 산장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한 가족이 그곳에서 보내는 ‘공포 휴가 체험’을 그릴 감독으로 <남자이야기>의 심승보 감독과 <시월애>의 이현승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충무로의 중견 영화감독들이 TV드라마 연출을 맡은 것 자체가 화제였으며, 기존 TV드라마의 문법과 영화적 표현방식을 어떻게 결합시킬지가 관심거리였으므로 감독들에겐 매력적이면서도 어깨가 무거운 자리였다. 결국 <현상수배>를 연출한 정흥순 감독에게 마지막 바통이 쥐어졌다. 그리고 그 일은 당시 <도시괴담>의 기획을 맡은 독립프로덕션 ‘캐슬 인 더 스카이’에 소속돼 있던 이채승(33)의 영화 인연으로 이어졌다.

감독들은 각자 독립적으로 제작진을 구성하고 연기자를 캐스팅하며 방송에 사용되는 디지털 ENG카메라로 촬영을 했는데, 조감독을 맡은 이채승의 조직력+캐스팅 능력+헌팅 실력을 눈여겨본 정 감독이 드라마가 끝난 뒤 영화를 같이 찍자는 제의를 한 것이다. 방송사 밥만 10년째 먹은 그에게 영화는 또 다른 삶을 가리키는 이정표였다. 그에게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가문의 영광>에 영화 안 찍기로 유명한 유동근이 출연한 데에도, 따끈한 시나리오 초판을 척 하니 안기며, 출연 제의를 거듭해온 그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촬영 중반 시나리오가 대폭 수정되면서 배역의 비중이 확연하게 줄은 것을 보고 미안해하는 그를 유동근은 오히려 성심연기로 위로해주었다. 세트보다는 로케이션을 위주로 한 촬영 때문에 여수에서 꼬박 머무르는데, 내내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 연기자들과 스탭들의 맘고생이 심했다. 그럴 때마다 조감독으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음에 더 속쓰렸다는 그는, 일은 고되도 방송사 후배들에게 영화를 권유하는 중이란다. 어느 일보다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기 때문이다.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그땐 감독으로도 인사드릴 예정. 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프로필

→ 1970년생·91년 KBS 방송국 드라마 FD로 입사

TV문예극장 <밤주막> <소년의 거리>를 시작으로<용의 눈물> <종이학> <가을동화> <바보같은 사랑> <푸른 안개> 등 대작에 참여

→ 10년간의 방송사 생활을 마치고 독립 프로덕션에서

외주 드라마 <도시괴담>의 조감독 맡음

→ 정흥순 감독의 제의로 <가문의 영광> 조감독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