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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 야구단> 사운드 맡은 ‘국보급’ 사운드 수퍼바이저 김석원 스토리 (1)
2002-10-04

제3의 대사, 소리를 쓰다듬는 남자

2년 전 여름의 어느 날. <공동경비구역 JSA>의 사운드 작업 중 블루캡을 방문했던 박찬욱 감독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기겁했다. 폴리맨이 극중 이병헌이 넘어지는 장면의 소리를 실감나게 재현하기 위해 군복을 입은 채 수백번씩 반복해서 쓰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찜통 같은 작업실에서 군복까지 챙겨 입고서 바닥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구르는데도 통제실에선 좀처럼 ‘OK’ 사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김태우의 발걸음 소리를 복제할 때는 “넋이 나간 사람의 감정을 담아서 걸으라”는 집요한 독려가 계속됐다. 연출은 끝났나 싶었더니, 감독인 그도 모르게 또 다른 ‘감독’의 연출이 이뤄지고 있었던 셈이다.

박 감독을 놀라게 한 이는 사운드 슈퍼바이저인 김석원(43)씨. 폴리, 앰비언스, 다이얼로그, 하드이펙트 등 각종 음향효과를 책임지고 ‘관장’하는 게 그의 임무다. 10년은 젊어뵈는 인상에 말씨 또한 조근조근한데 정작 작업에 들어가면 ‘딴’사람이 된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전언. 대충 넘어가는 것은 그의 사전엔 없다는 것이다. “최소 작업기간 4주를 보장해주지 않을 경우 계약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것도 시간 부족을 핑계로 부족한 사운드를 내놓기 싫은 그의 결벽증과 무관하지 않다. <삼인조>부터 최근작 <복수는 나의 것>까지 내리 함께 작업했던 박찬욱 감독도 그를 두고 “일에 있어서만큼은 지독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를 탐내는 이들은 많다. 이제 막 을 끝냈지만, 그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은 채 일주일도 되지 않는다. <밀애> <품행제로> 등 내년 설까지 무려 8편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추석 연휴에도 그를 ‘찜’하기 위해 걸려오는 제작자들의 연락은 끊이질 않았다. 그의 실력은 ‘국보급’이라는 한 제작자의 단언이 아니더라도, 각종 이펙터 앞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블루캡의 빡빡한 스케줄은 충무로에서 김석원의 입지를 설명해준다. ‘사운드 슈퍼바이저’라는 생소한 패찰을 충무로에 내민 지 불과 7년. 40여 작품의 사운드를 매만지면서 쌓은 그만의 노하우는 현 한국영화 사운드의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 사운드 맡은 ‘국보급’ 사운드 수퍼바이저 김석원 스토리 (1)

▶ 사운드 맡은 ‘국보급’ 사운드 수퍼바이저 김석원 스토리 (2)

▶ 사운드 맡은 ‘국보급’ 사운드 수퍼바이저 김석원 스토리 (3)

▶ [김석원스토리] 블루캡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