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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 독립영화 <뽀삐> 제작일지(3)
2002-10-05

짖어라 강아지!찍어라 카메라?

2002년 2월

강아지의 영화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요크셔테리어 ‘쁘띠’를 구해 주연 뽀삐로 최종 결정했다. ‘과연 강아지가 연기를 할 것인가’에 대해 훈련사를 비롯해 나, 스탭들 모두가 회의적이지만, 김지현만큼은 굳게 믿고 있다. 김지현은 ‘하면 된다’란 신념이 무척 강한 사람이다.

드디어 크랭크인이다. 압구정동 애견센터. 겪어본 사람들은 모두 그렇듯이 아마도 그 애견센터 사장은 살아 있는 한, 다시는 자신의 영업장을 촬영장소로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촬영이 잘될까란 걱정보다도 센터 내에 보관되어 있는 어린 강아지들이 이 추위에 감기 들지 않을까가 더 걱정이었다. 가뜩이나 요즘 애견값이 무척 올랐는데, 열 마리가 넘는 강아지들이 병이라도 나면 그 손해배상은 우리의 제작비를 다 쏟아부어도 모자랄 테니까….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예측불허의 사고를 애초에 방지하는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사고가 나지 않게 간절히 기도하는 식의 원시적인 방법 외엔 방법이 없다

2002년 3월

나름의 일정대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서영화 시퀀스에 등장하는 ‘진주’ 역의 ‘재키’는 포메라니안치고는 성질이 온순한 편이었다. 촬영이 길어지면서 ‘재키’는 힘이 드는지 긴 혀가 계속 늘어났고, 조명기 때문에 헉헉거리는 숨소리는 동시녹음 기사가 짜증을 낼 정도로 커져갔다. 그러나 어찌하랴? 강아지한테 숨소리 작게 내란다고 작게 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촬영이 다 끝났을 때 재키는 거의 실신했다. 길게 늘어진 혀는 입 안으로 들어갈 줄 몰랐고, 축 늘어진 몸은 덜컥 겁이 앞서게 만든다. 밤 12시에 재키 주인에게 돌려주면서 별탈이 없기를 기도했다. 다음날 재키의 안부전화를 해야 되는데… 도저히 전화를 할 용기가 안 생긴다. 며칠 뒤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재키가 이틀을 쉬지 않고 잠만 잤다고 한다. 살아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독립영화 제작이란 주차비 몇 천원이 아까워 무단주차했다가 몇 만원 딱지 떼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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