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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 독립영화 <뽀삐> 제작일지(1)
2002-10-05

짖어라 강아지!찍어라 카메라?

2001년 10월

김지현은 <집으로 가는 길> <웃음> <연애에 관하여> <바다가 육지라면> 등 전작들을 모두 전형적인 독립영화 방식, 즉 ‘원 맨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작업해온 인물이다. 혼자서 직접 제작, 연출, 촬영, 편집, 믹싱을 하는…. 심지어 촬영 때엔 일찍이 환갑이 넘으신 엄마가 승용차를 운전해 촬영장비를 실어다주고 도시락을 싸다주는 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이번 영화는 더이상 그런 방식으로 찍지 않겠다는 것이 김지현의 결심이었다. 더불어 나의 사소한 결심은 사비 털어 만들지 말고 정부, 기업 등의 지원제도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마침 CJ-CGV 독립영화기금이란 제도가 새로 신설된데다, 마침 영진위에서 750만원을 지원해준다는 통보가 왔다.

감독의 집에서 열명 안팎의 스탭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궁상도 그런 궁상이 없다. 우선 사무실을 확보하기로 하고, ‘부탁을 위장한 협박’으로 영화사를 하는 친구 백호림에게 2달간만 사무실을 빌리기로 하고, 바로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갔다.

약식이긴 하지만, 스탭들이 다 계약서를 썼다. 일부를 제외하곤 노 개런티를 원칙으로 하되, 수익이 생기면 3단계로 분류해 지분을 갖기로 했다. 단계별 기준은 경력, 나이 일체 무시하고 제작기간 중 얼마나 장기간 일하느냐에 따라 구분했다.

‘독립영화 제작의 시스템화’,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들 누구나 입을 모아 하는 말이지만,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독립영화계 내의 제작 인력들이 지속적이지 않는 한 ‘시스템화’란 절대 불가능하다.

2001년 11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시험 공포증’이 유난히 심해, 웬만하면 시험 안 보고 사는 길을 택해왔다. 생존상 피할 수 없는 시험이 몇개 있었는데, 그중 가장 살떨리게 기억나는 시험이 운전면허시험과 바로 이 순간 CJ-CGV 영화기금 면접관 앞에서이다. 면접관은 문성근, 김동원, 정병각, 이효인, 조영각이다. 김지현과 나는 나름대로 쿨하게 인터뷰를 끝냈는데, 면접관 중 한분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이라고 묻자, (정말 상투적인 질문일 뿐이었다) 김지현은 간곡하게, 그리고 정말 간절하게 말하는 것이다. “저 좀 꼭 뽑아주세요. 안 그러면 이 영화를 찍을 수가 없어요.” 그 대사가 끝나자마자 심사위원 전원과 심지어 나까지 폭소가 터졌다. 정말이지 김지현은 웃기는 사람이다.

그 애절한 애원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뽀삐>가 당선되었다. CJ-CGV 영화기금 2500만원은 한국의 독립영화 제작지원 역사상 가장 큰 수혜이다.

대개의 독립영화 지원제도는 스탭들의 인건비를 인정하지 않아왔다. 스탭들의 무임금을 제도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CJ-CGV 지원제도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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