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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등급위원회, 이것이 문제다 [2]
2002-10-07

3. 위원장은 임금님?

<죽어도 좋아>표결 결과 가부 동수가 나왔을 경우, 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상황도 개선이 요구된다. <죽어도 좋아>의 초심 표결시, 4:4 동수가 나와서 결국 소위원회 위원장이 결정권을 쥐게 됐다. 위원장은 결국 2표를 행사한 셈. 등급위 입장에선 규정에 따른 것이라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대부분 연장자가 위원장을 맡게 되는 관행을 고려한다면, 팽팽한 의견대립이 나왔을 때 위원장이 해당 위원회의 뜻을 결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영화인회의 유창서 사무국장은 “오히려 동일수의 위원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면, 등급분류를 신청한 이에게 유리하게끔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등급 심의를 진행하는 데 있어 재심위원회를 따로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등급위원으로 위촉된 이들이 해당 소위원회에 들어가고, 또 재심이 있을 경우 다시 표를 던지는 지금의 방식은 여론을 환기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기구의 권위(?)에 해를 가하지 않기 위해 기존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번복한다고 해서 결정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굳이 헌법이 3심제도를 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굳이 법적인 근거를 갖추지 않아도 자율등급위원회 등을 구성해서 적절한 등급분류를 권고하고, 관객에게는 등급분류 작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필요하다.4. 21세기는 전문성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전찬일씨는 한 등급분류 위원의 인터뷰 내용을 지금도 기억한다. <죽어도 좋아>가 첫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고 난 직후였는데, 당시 소위원회 위원장은 일반 상영을 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지금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성기노출된 영화가 상영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봤다는 전씨는 “방송만 하더라도 전문인들을 고용하곤 하는데 영화의 경우 전문성은 둘째치고, 관심조차 없는 인사들이 수두룩하다”고 비판한다. 위원들이 해야 할 일은 “음란, 폭력의 과도한 묘사”라는 애매한 문구에 의거하여, “성기노출을 금한다”는 과거부터 내려오는 기계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등급분류의 핵심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예술종합합교 심광현 예술원장은 “등급심의에서 전체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문화예술단체들의 주문을 등급위는 등급위원들이 심의 대상의 예술성까지 판단할 순 없다는 엉뚱한 답변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등급위가 구체적인 등급분류 기준을 마련할 만한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로 구성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9월25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죽어도 좋아>를 오전에 봤다”고 말을 꺼낸 한 의원에게 등급위 김수용 위원장이 “비디오의 경우, 영화의 밝기와 비교할 바가 아니어서 비디오 상태로 보는 것은 판단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라는 발언한 것 역시 한때 도마에 오른 것도 같은 이유. 등급위 내에 정책 연구를 도맡는 부서를 신설하는 것도 이러한 해프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다. 사무국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이 부서가 있었다면 이미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성기노출 여부, 성관계의 노골성 여부가 포르노 판정의 기준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음을 놓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5. 20대를 기용하라!60대가 5명, 50대 후반이 1명, 40대가 1명, 30대가 2명.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위원들의 평균연령은 무려 54살이다. 영화수입추천소위원회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 비디오등급분류소위원회의 경우는 47살로 그보다는 조금 낮다. 왜 갑자기 나이를 들먹이냐고? 등급위 내 여타 소위원회의 상황을 보면 영화 관련 소위원회 위원들의 평균 나이가 지나치게 많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게임물뿐만 아니라 가요·음반소위원회의 경우, 50대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여기에 20대 위원까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영화쪽은 관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들 젊은 세대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개진할 만한 위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나이 많은 위원을 추천해선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애초 다양한 연령의 위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규정에 따르면 “연령을 고려하여 위원을 구성한다”는 권고가 끼어 있음에도 현실은 이렇다. 2기 위원회 출범과 함께 김수용 위원장은 “3년의 임기 동안 시행착오를 이미 겪은 만큼 이제는 안정됐다”면서 소위원회 구성 때 공연윤리위원회,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 등 과거 검열기구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배제하겠다고 했지만, 눈에 띄는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제도가 바뀌고, 법이 바뀌었지만,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달라질 것은 많지 않다. 등급위가 탄생한 지 4년.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비디오물의 등급보류제도와 외화의 수입추천제도의 이중심의 폐지, 의무등급제가 아닌 선택등급제 도입, 제한상영가 등급이라도 비디오 출시 허용 등 관련법을 손질해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미뤄두더라도 그렇다. 등급위 내 사후관리위원회의 과도한 활동, 올해 국정감사에서 집중 표적이 됐던 이른바 K-6라는 관광비자 발급 업무 등을 떠맡은 것은 등급위의 후퇴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산적한 현안들에 눌려 솟아날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등급위의 개혁 의지다. 그러나 등급위가 자생적으로 변화에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외곽에 포진한 문화예술 단체들의 관심은 매번 따가운 화살로 다가올 것이다.이영진 anti@hani.co.kr▶ 영상물등급위원회, 이것이 문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