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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른자위를 노린다! <에그 콜라>
2002-10-24

애니비전

현실이 복잡할수록 생각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인디펜던스가 제작하는 <에그 콜라>는 ‘콜라’를 소재로 한 요절복통 코믹애니메이션이다. <원더풀 데이즈>의 3D를 담당했던 인디펜던스는 원래 CF 전문 프로덕션. 처음으로 3D 장편애니메이션영화에 도전하는 이곳의 야심은 만만치 않다. “조금 잘 만들어서 팔아보자는 게 아니라 할리우드도 깜짝 놀라게 할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이 홍성호 감독의 포부다. 그만큼 대규모 자본과 시간을 들이겠다는 뜻이다. 얼마 전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한 스타 프로젝트의 지원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에그 콜라, 번역하면 계란 콜라인데 제목에서부터 상충되는 이미지가 코믹하다. ‘콜라’만큼 전세계적으로 통하는 기호가 없다는 제작진의 생각에서 작품 아이디어가 나왔다. 등장인물은 어설픈 가족 해적단. 항상 불만에 가득 찬 소년 죠가 주인공이다. 할아버지와 두 삼촌의 뒤를 잇는 해적단의 막내인 죠는 멍청한 두 삼촌을 원망하며 친구 하나 없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하루빨리 이렇게 전망없는 해적단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에 비해, 집안의 가장인 할아버지는 명예로운 현상 수배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내부에서부터 벌써 삐거덕거리는 어설픈 해적단은 마침내 일생일대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간다. 목표는 세계적인 콜라 회사인 ‘에그 콜라’ 본사. 이윽고 이곳에 잠입한 일행은 우연히도, 회사를 전복음모를 알게 된다. 회사의 2인자인 콘 헤드의 음모는 어설픈 해적단의 실수로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는데…!

이 작품의 비밀은 단순한 제목에 들어 있다. 세계인의 입맛을 지배하는 에그 콜라의 비법은 바로 ‘피킨’이라는 생명체가 낳는 알을 특수처리해서 얻어내는 것이다. 독점기업 에그 콜라사에서만 가능한 특수 처리 장치인 매직스톤룸의 비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능적인 음모에 어설픈 아마추어 해적단이 코믹한 액션을 펼치는 것이다.

90분으로 제작될 이 작품의 데모 영상은 이미 나온 상태. 2000년부터 기획된 작품이니 기초는 탄탄한 셈이다. 시나리오를 비롯한 초기 기획에는 미국의 파이프라인을 동원했다. 시나리오는 한국과 미국 작가가 동시에 쓰고 있는 상태. 누군가의 말처럼 첫째도 시나리오, 둘째도 시나리오, 셋째도 시나리오라는 생각으로 2년여 동안 초기 설정을 다지고 있다.

아쉬운 점은 캐릭터 이름이나 감각을 모두 미국 중심으로 맞췄다는 점. 그러나 포커스를 어디로 맞추든 재미있게 만들어진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통한다는 것이 인디펜던스의 생각이다. 3D 장편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뒤에는 TV시리즈와 게임, 캐릭터 사업, 출판 등의 연계도 이미 계획된 상태다.

일단 인디펜던스로서는 ‘저렴한 호떡’보다는 성대한 ‘케이크’를 만들 생각인 듯하다. 고급화 전략으로 세계 배급의 노른자위를 노려보겠다는 의지다. 2004년 말에는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라고. 국내 투자는 물론 해외 투자도 함께 유치하고자 한다.

<에그 콜라>를 제작하는 인디펜던스의 전략은 한 사람을 중심으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최고의 인력을 배치하는 시스템 중심이다. 그 시스템은 한국과 미국으로, 인디펜던스의 내부와 외부로 교차된다. 치밀하고 탄탄한 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일류 지향의 스탭들은 자신감으로 뭉쳤다. 인디펜던스 내부의 자유로운 작업 풍토가 든든하다. 참, 그러고보니 생각났는데 코카콜라의 제조법은 여전히 비밀이라던데, 정말 계란이 들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완벽한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김일림/ 월간 <뉴타입> 기자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