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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이 궁금하다(3)
2002-10-25

거대하고 위대한 판타지아,2막2장

절대반지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J.R.R. 톨킨은 자신의 소설을 3부작으로 나누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는 출판업자의 설득 때문에 마지못해 기나긴 이야기를 <반지원정대> <두개의 탑> <왕의 귀환> 세편으로 갈랐지만, 중간계의 한 고비 한 고비를 상징하는 듯한 이 제목들은 고스란히 스크린에 살아나 불가능할 것 같았던 현실이 됐다. <두개의 탑>에 이어지는 <왕의 귀환>은 아라곤의 선조가 세운 왕국 곤도르로 달려간 반지원정대가 반지의 악령 나즈굴과 대결하는 펠레노르 평원의 전투, 모르도르의 중심에 다가설수록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절대반지가 소멸되기까지 프로도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치열한 투쟁의 이야기다. 그러나 절대반지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은 두 번째 이야기 <두개의 탑>. “포스트 프로덕션은 없다. 이 영화는 디지털 작업 역시 창조의 일부이므로”라고 말하는 제작진의 성과물을 기다릴 뿐이다.

글 김현정 parady@hani.co.kr

<반지의 제왕> 시각효과 회사 Weta열정으로 한발짝, 패기로 두발짝

Weta는 기술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들의 약자가 아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시각효과를 책임진 Weta는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곤충, 아득한 공룡 시대부터 살아남은 끈질긴 ‘조그만 괴물’의 이름이다. Weta 공동설립자 중 하나인 리처드 테일러는 손바닥만하지만 얼음 속에서도 살아남을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이 곤충을 “지구상에서 가장 못생긴 괴물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곤충, 존중받아야 할 경이로운 생명체”라고 설명한다. 영화산업의 오지였던 뉴질랜드에서 열정과 패기만으로 Weta를 시작한 테일러는 회사 이름으로 이것 이상 적절한 단어를 찾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Weta는 14년 전, 리처드 테일러와 타냐 로저 두 사람의 손에 의해 설립됐다. RT 이펙트라는 이름을 가졌던 이 시각효과 회사는 2년 만에 피터 잭슨이라는 독창적인 뉴질랜드 감독을 만났고, <밋 더 피블스>와 <데드 얼라이브> 두편의 영화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하게 됐다. 퍼핏 인형과 미니어처 등을 주로 사용하며 아날로그에 가까운 시각효과에 치중하던 RT 이펙트가 전환기를 맞은 것은 바로 <데드 얼라이브> 때문이었다. 테일러와 로저는 미국에서 컴퓨터 한대를 빌려 <데드 얼라이브>의 시각효과를 작업하고 그 데이터를 저장했는데, 이것이 고스란히 미국으로 돌아갈 경우 뉴질랜드 영화계에 엄청난 손실이 되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두 파트너와 피터 잭슨, 제이미 셀커크는 Weta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우고 컴퓨터 한대로 작지만 큰 첫걸음을 떼기로 결정했다. Weta는 피터 잭슨과의 작업을 계속하면서 TV시리즈 <헤라클레스> <시나> 등 뉴질랜드에서 촬영하는 작품의 시각효과를 담당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 프로젝트를 들고왔고, Weta는 미니어처 촬영과 소품 등을 담당하는 Weta 워크숍,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시각효과를 맡은 Weta 디지털로 양분됐다.

초라하게 시작한 Weta는 이제 6만8천 제곱피트의 대지 위에 다섯개 중요 부서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세계 최고의 시각효과 회사 중 하나로 부상했다.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 프로젝트를 따내게 된 배경에 Weta에서 제작한 데모필름이 있었던 만큼, Weta의 성공을 <반지의 제왕> 시리즈 때문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규모 전투신을 촬영하기 위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매시브 역시 Weta가 독창적으로 개발한 도구 중 하나. 그러나 최고 200명까지 늘어난 Weta의 스탭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지의 제왕>를 잇는 프로젝트가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테일러는 “사람들은 뉴질랜드의 푸른 초원에 반해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뉴질랜드에는 젊고 순수하며 열정적인 영화인력 역시 풍부하다”고 말한다. Weta의 미래는 <반지의 제왕>의 위압적인 스펙터클이 오로지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누군가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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