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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이 궁금하다(2)
2002-10-25

거대하고 위대한 판타지아,2막2장

"미니어처가 아니라 비거처"

프로도와 샘이 차츰 무게를 더해가는 모르도르의 어둠에 짓눌리고 있을 때, 그 동료들은 결국 한 장소에서 만나게 될 두 갈래 길로 흩어진다. 원정대의 일원인 왕자 보로미르는 한때 절대반지의 힘을 탐냈지만, 호빗 메리와 피핀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 그 죄를 씻었다. 그뒤 아라곤과 김리, 레골라스는 오크 군대에 납치당한 두 호빗의 흔적을 쫓다가 뜻밖의 인물을 만난다. 푸른빛에 둘러싸여 흰색 망토를 드러낸 간달프, 추락했던 모리아의 심연 속에서 눈덮인 산으로 솟구쳐 올라 흰색의 마법사로 다시 태어난 반지원정대의 지도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의 조언에 따라 세 전사는 호빗을 포기하고 오크 군대가 밀려오고 있는 로한 왕국으로 향한다.

제작진은 원작에 밝은 금발로 설명된 로한의 인간들을 스칸디나비아 반도 바이킹을 참조해 표현했다. 인간의 세계 중 처음으로 모르도르 군대와 대규모 접전을 벌이는 로한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중 가장 큰 세트를 필요로 했던 장소. Weta는 “실사영화 세트보다도 더 컸기 때문에 미니어처 대신 비거처(bigtures)”라고 농담삼아 불렀던 로한의 수도 에도라스를 뉴질랜드 남섬 오지에 있는 마운틴 선데이 위에 건설했다. 5km에 달하는 도로와 다리를 새로 만들어서, 광채를 잃은 지 오래지만 아직 희망의 불씨를 품은 엔도라스를 노르웨이풍 도시로 재현한 뒤엔, 가장 오랫동안 가장 스펙터클한 전투가 벌어질 헬름 협곡으로 건너가야 했다.

헬름 협곡은 로한 백성들이 위기가 닥칠 때마다 몸을 피하는 곳이지만, 왕국 자체의 운명이 걸린 이 전투에선 전쟁 중심부의 요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잭슨은 디지털 기술로는 수천년 햇빛과 바람을 견뎌온 요새의 고풍스러운 흔적을 제대로 살려낼 수 없으리라 믿었다. 결론은 다시 실사영화 세트를 능가하는 크기의 미니어처였다. 사루만의 사주를 받은 웜통이 로한의 왕 데오든을 주무를 때는 음침한 기운에 휩싸이고, 데오든이 옛 기운을 되찾을 때는 한낮의 햇살이 비치는 듯 밝아지는 로한 왕궁. 1만의 오크와 우르크하이 군대에 맞서 반지원정대와 로한의 기사들이 어둠 속에 횃불을 치켜드는 헬름 협곡. 역시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적절하게 결합해 현실적인 느낌의 세트를 해결한 Weta는 매시브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무작정 진격하는 모르도르 군대를 집합시켰다.

매시브는 일종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이미 1편 서두에서 선을 보인 이 프로그램은 헬름 협곡 전투에서 좀더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각각의 군사가 주어진 상황과 지형, 다른 군사들의 행동에 따라 제각기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 시각효과 감독 짐 라이길은 “병사들은 그들의 환경에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매시브가 창조한 오크와 우르크하이 군대는 제각기 야수의 본능을 따라 헬름 협곡을 물결처럼 채우지만, 승리는 간달프와 함께 로한 왕국의 깃발에 손을 들어준다.

여세를 몰아 사루만이 도사린 이센가드 오단크 탑까지 이른 원정대와 로한 군대는 이미 폐허가 된 이센가드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던 호빗 메리와 피핀이 마음 편하게, 호빗들이 항상 그렇듯, 밥을 먹고 있다. 메리와 피핀은 오크 군대로부터 탈출해 접근이 금지된 숲 판고른에 잘못 들어선다. 판고른은 태초에 목소리를 부여받았던 나무인 엔트의 일원 트리비어드가 지배하는 영역. 그 오랜 시간을 담은 듯 깊은 눈동자를 가진 트리비어드는 사우론과 사루만이 악의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젊은 엔트들과 함께 이센가드를 짓밟는다.

트리비어드는 Weta 워크숍 대표 리처드 테일러가 “지금까지 영화에서 보아왔던 어떤 캐릭터와도 다른 존재다. 그는 거대한 역사와 지식의 보고이다”라고 칭송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너무나 오래됐기 때문에 요정이나 마법사조차 그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는 트리비어드는 중간계와 더불어 늙어온 미지의 존재. ‘살아 있는 나무’에 가깝기 때문에 나뭇잎과 가지 하나하나의 움직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땅과 밀착됐다가 떨어지는 뿌리를 세심하게 디지털로 다듬어야 하는 난해한 과제이기도 했다. 테일러는 우선 전자장치로 움직일 수 있는 15피트 높이의 트리비어드 모형을 만들고 메리와 피핀과 함께 연기하도록 만들었다. 그 다음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얼굴표정을 만드는 등 트리비어드가 실물처럼 보이도록 디지털 효과를 입혀야 했다. 난쟁이 김리 역의 존 라이스 데이비스는 트리비어드의 목소리까지 연기하면서 어느 순간 자신이 내는 소리가 “마치 웨일스의 노래처럼” 들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고대 전설과 노래를 간직한 웨일스는 트리비어드가 뿌리를 내리기에 손색이 없는 대지. 웰링턴 크리켓 경기장에 모인 2만5천 관중으로부터 따온 속삭이는 소리와 결합한 웨일스의 노래는 시간 저편에서 울려오는 트리비어드의 목소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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