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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이 궁금하다(1)
2002-10-25

거대하고 위대한 판타지아,2막2장

지난해 겨울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가 상영된 극장에서는 아쉬운 한숨이 터져나왔다. 보로미르의 죽음을 계기로 흩어진 ‘반지원정대’의 다음 여정을 듣기 위해선 내년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자막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멀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이 처음 개봉하는 날은 12월18일. 악의 결정체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길을 떠난 ‘반지원정대’는 1편보다 늘어난 시각효과와 향상된 기술, 30분 분량의 재촬영을 무기로 3부작의 두 번째 고개를 넘어섰다. 얼마 전 공개된 예고편만으로도 심상치 않은 스펙터클을 선보인 <두개의 탑>. 조금씩 새어나온 <두개의 탑>에 관한 소식을 모아보았다.

반지의 우정은 깨졌다.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예고편은 내부의 분열 때문에 흩어진 ‘반지원정대’의 새로운 시작을 이처럼 암울하게 선언한다. 암흑의 힘은 자라나고 있으며, 하나로 뭉쳐 악에 대항하지 않는다면 모두 희생당할 것이라고. 그러나 헬름 협곡의 벽을 타고 오르는 오크들과 프로도를 유혹하는 악의 힘은 아직 중간계를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다. <…두개의 탑>은 선과 악이 맞부딪치는 중간계 최후의 전투, 그 한가운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직 그림자만 던지고 있는 <…두개의 탑>이 실체를 드러내는 날까지 남은 시간은 두달 남짓. 톨킨이 “파괴적이고 타락하기 쉬운 권력의 속성을 한시도 잊지 않았”던 것처럼, 감독 피터 잭슨 역시 전편의 성공에 기대려는 그 흔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그는 이미 일년 전, 상실과 슬픔을 담은 중간계의 서사시가 크리스마스에 찾아오리라고 예고했다. <…두개의 탑>은 그 기다림을 보상하는 영화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은 인간의 세계인 로한 왕국과 헬름 협곡, 악의 소굴인 모르도르 세곳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제목도 모르도르에 서 있는 사우론의 본거지 바랏두르 탑과 사우론에게 복종하는 마법사 사루만의 탑 오단크에서 따온 것이다. 중간계를 가로지르는 1편의 여정,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요정의 왕국 리벤델과 종말을 예감하는 서글픈 황금의 숲 로스로리엔,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석굴 모리아, 제작진이 1년 넘게 채소와 꽃을 가꾸어 아늑하게 만든 호빗 마을 호비튼을 생각한다면 <…두개의 탑>의 공간적 배경이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 제작진은 “1편의 서두를 여는 스펙터클한 전투장면은 맛보기에 불과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두개의 탑>은 카메라 조리개를 활짝 열고 좀더 넓은 중간계를 담는다. 전에는 말로만 들었던 로한 왕국과 그 밖에 다른 곳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골룸이 있다”고 프로듀서 마크 오데스키는 장담하기도 했다. <…두개의 탑>은 로한의 요새 헬름 협곡으로 밀고 들어온 오크 군대와의 전투를 한축으로, 골룸이 끼어들면서 긴장과 회의를 더하는 프로도의 여정을 다른 한축으로 삼으리라는 의미인 것이다.

골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1편의 마지막에서 프로도는 악의 결정체인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충실한 친구 샘만 동반하고 모르도르를 향해 떠났다. 그는 처음엔 혼자, 그 다음엔 단둘이 절대반지를 녹여 없앨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모르도르 한가운데 분화구로 가려 했지만, 원정대가 출발할 때부터 불길한 소리를 내며 따라붙던 어떤 존재가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어둠 속에 녹아든 그의 이름은 골룸. <반지의 제왕> 전편에 해당하는 톨킨의 소설 <호비트>에서 절대반지를 빼앗기고 방황하는, 이미 괴물이나 다름없이 전락한 존재다. 그럼에도 프로도를 연기한 엘리야 우드는 “골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말했고,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골룸은 <반지원정대>에 잠깐 스쳐간 것만으로도 2편에 다시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도록 만든다”며 베스트 CG 캐릭터 중 하나로 뽑았다. 절대반지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주인을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반지의 힘에 사로잡힌 골룸은 분명 연민을 자아내는 캐릭터다. 그러나 제작 초기단계부터 <반지의 제왕> 제작진에게 골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 쏟아진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골룸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모셥캡처의 바탕이 되는 마임을 제공한 앤디 서키스는 “프로도에게 골룸은 끝없는 절망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평범한 청년 ‘스메아골’이었던 골룸은 절대반지의 힘 덕분에 아주 오래 살 수 있었지만, 살아 있는 존재가 마땅히 가져야 할 생기와 자유는 모두 반지에 빼앗겨버렸다. 프로도는 “나의 보물”을 스스로와 동일시하는 골룸을 보면서 절대반지가 파고드는, 누구나, 자신조차 가지고 있는 마음의 빈틈을 발견하게 된다. 피터 잭슨은 그처럼 깨닫지 못하는 사이 악의 파장에 끌려든 골룸이 현실적인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골룸이 특별히 많은 손이 간 캐릭터였던 것은 상상의 산물에 현실성을 더해 잭슨의 욕심을 채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서키스는 원작에서 인상적으로 표현된 골룸의 목소리, ‘쉭쉭’거리는 낮은 소음과 ‘골록골록’하며 목으로 내는 소리를 소화하는 동시에 직접 몸으로 연기까지 해냈다. 그는 컴퓨터가 동작을 잡아낼 수 있도록 온통 점이 박힌 특수한 의상을 입고 혼자 혹은 동행한 두 호빗과 함께 연기를 했다. 시각효과를 담당한 Weta 디지털이 한 일은 모셥캡처한 움직임 위에 CG로 만든 골룸의 캐릭터를 덧입히고 목소리에 적절한 사운드를 혼합하는 것이었다. 컴퓨터가 창조한 완성물은 각기 다른 300개의 근육과 250가지 얼굴표정을 가진 골룸. Weta는 모르도르에서 고문당하는 골룸을 모션캡처 없이 100% CG로 작업하는 등 상황에 맞는 기법을 구사하며 골룸을 “어떤 배우보다도 연기를 잘하는” 캐릭터로 완성했다.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를 가진 사우론에게 시달리면서도 반지를 되찾겠다는 일념만으로 모르도르를 탈출한 골룸, 그 끈적거리는 사악함과 애처로운 집착은 인간의 신체와 컴퓨터의 기술이 결합돼 비로소 생명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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