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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로서 동성애영화로서 <로드무비>는 왜 위대한가 (3)
2002-10-25

오해받은 걸작,미래의 고전

로드무비라는 이야기 구조에 대한 편애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빔 벰더스는 자신이 움직임(motion)과 감정(emotion)을 혼돈해 온 것 같다며 한탄하듯 말한 적이 있다. 이건 영어식 말장난이지만 그 저변의 정서는 보편적인 것이다. 벤더스는 두 가지를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첫째, 자신이 이동하는 카메라가 만들어 낸 영상에 정서적으로 반응한다는 것, 즉 그가 영화에서 사랑하는 것은 존 포드나 라울 월시, 막스 오퓔스, 로저 코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등의 영화에서 발견되는 스타일리시하고 인상적인 카메라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둘째, 여행하는 것이 (역주: 즉 motion에 해당하는 것)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정착을 통해 이루어지는 감정적인 헌신을 (역주: 즉 emotion에 해당하는 것)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드무비>는 빔 벤더스가 말하는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첫째, <로드무비>는 영화다. 드라마나 문학, 미술, MTV가 아니다. 도시에서 오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를 포함한 영화 속의 모든 것은 지극히 영화적인 양식을 통해 포착된다. 둘째, <로드무비>는 등장인물들이 한곳에 오래 머물게 될 때 직면하게 될 문제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행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영화가 어촌에서의 비천하고 희망없는 삶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창녀 일주를 다루는 방식에서 가장 잘 드러나지만, 다른 등장인물 모두에게 해당되는 점이다. 일단 일주의 여정이 끝났을 때, 그녀는 영화에서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그녀의 감정적 좌절이 결국 그녀를 벗어나고자 몸서리쳤던 바로 그 덫으로 다시 밀어넣고 말 것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점들이 <로드무비>를 탁월하게 만드는 요소다. 영화는 인물들의 좌절과 감정적 서투름을 엮어 그들이 처한 곤경들이 서로 강하게 부딪치며 이동하게 만든다.

<로드무비>는 재평가되어야 한다

나는 최근에 밴쿠버영화제에서 <로드무비>를 소개하기 위해 온 김인식 감독을 만났는데, 한국의 일부 동성애 운동가들이 이미 자신의 영화를 공격하고 있으며 제작사인 싸이더스와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 내의 많은 스탭들이 이 작품을 싫어한 나머지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이 영화의 이야기를 최초에 제안한 사람이 차승재 대표란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역시 그런 입장일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차승재 대표 주위의 사람들이 이 작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나는 그들이 빨리 제정신을 차리기를 희망할 뿐이다. 나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을 제작한 나카타 마사이치가 영화가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한 나머지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을 올리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일화를 떠올리게 된다. 스스로 깨닫지 못할 만큼 어리석지만 않다면, 언젠가 <로드무비>의 제작과 배급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 위대한 영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다.토니 레인즈(영화평론가) / 번역 권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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