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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리포트] 쾌락 대신 게임을!
2002-10-28

장 클로드 브리소의 신작 <은밀한 것들>, 파격적 주제로 화제 모아프랑스의 10월은 대학이 개강해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고 정부활동이 재개되는 가장 바쁜 시기에 해당한다. 영화계로 보면 칸 초대작을 비롯해 가장 화제작들이 이 시기에 본격 개봉된다.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슐레이만의 <성스러운 중재>, 키아로스타미의 <텐>, 다르덴 형제의 <아들>이 이미 개봉되었다. 화제작 틈에서 유독 부재가 드러나는 것은 프랑스영화들이다. 몇몇 화제를 모은 작품이 있지만, 줄랍스키 감독과 헤어지는 과정을 자전적으로 담은 소피 마르소의 <내게 사랑을 말해줘>와 같이 영화의 작품성보다는 감독의 스타성이 매스컴의 관심을 모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향에 반하는 한 작품이 마침내 개봉돼 비평가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장 클로드 브리소 감독의 <은밀한 것들>. 오랫동안 빈민가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 30대 중반 이후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브리소 감독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사회성 짙은 작품세계를 보여주다 점차 마르크스, 프로이트, 사드 등 자신의 사고에 영향을 끼친 작가들의 영향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변모를 보이고 있다. 브리소 감독의 9번째 장편영화인 <은밀한 것들>은 허름한 바에서 스트립걸로 일하는 나탈리와 바 종업원인 산드린이라는 두 젊은 여자들이 섹스를 무기로 사회적인 신분 상승을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여전히 남자에게서 사랑을 원하는 산드린을 경험많은 나탈리가 서서히 자신이 세운 원칙으로 유도하는데, 그 원칙은 현재의 바닥생활을 벗어나려면 쾌락은 혼자서 얻고 남자와는 게임을 하라는 것.영화의 첫 장면은 나탈리가 음악에 맞춰 일어나 도발적으로 춤을 추면서 자위하는 것을 보여주다 카메라가 이동해 관객을 비추면서 나탈리가 스트립쇼를 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여자가 혼자서 쾌락을 얻을 수 있음을 먼저 보여주고, 그 다음 바로 남자의 시선을 보여준다. 남자는 관음증, 여자는 노출증 환자라는 감독의 말을 잘 설명하는 장면이고, 더 나아가 여자가 성적 쾌락을 얻는 데 필요한 것이 남자의 페니스가 아니라 시선, 그리고 일상적인 상황에서의 일탈임을 암시하고 있다. 섹스를 무기로 남자와 게임을 하고 남자의 사회적 지위를 나눠 갖고 싶은 두 여자는 결국 돈과 권력으로 무장한, 자신들보다 훨씬 영리하고 냉소적인 한 남자의 섹스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카이에 뒤 시네마>는 이 영화가 “브리소 감독의 지금까지 영화 중 가장 드라마적으로 탁월한 기량을 보이고 있고, 마르크시스트적이면서 동시에 자유연애주의적인 성향을 띤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극찬을 보냈다. 비평계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주제를 담은 16세 미만 관람 금지인 이 영화가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파리=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