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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월드 프리미어 [1]
2002-10-28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장. 한 플루트 연주자가 자꾸만 틀린 음을 내지만 예민한 이가 아니면 잘 듣기 힘들다. 다른 청중은 감동한 듯 듣고 있는데, 한 중년의 신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연주자를 주시한다. 그냥 한심하다 싶은 표정처럼 보이지만, 서늘한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이어지는 장면은 그 중년 신사의 집. 신사는 오케스트라 주요 연주자들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대접한다. 몇 가지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차례로 식탁에 얹는다. 실수가 잦았던 플루트 연주자는 보이지 않고, 다른 연주자들은 맛있게 먹는다. 관객은 안다. 저 음식의 재료가 무엇인지를. 신사 역을 맡은 배우가 앤서니 홉킨스이기에.

음악, 요리, 인체구조, 모르는 분야가 없는 지성과 교양의 소유자이면서, 인육을 먹는 살인마. 한니발 렉터 시리즈 4편 <레드 드래곤>은 잘 차려진 저녁 풀코스 식단처럼 우아한 카니발리즘으로 막을 연다. <한니발>에서 한 남자의 신경을 국부마취한 뒤 골을 꺼내 그 남자에게 먹이는 렉터의 모습을 본 관객이라면, 이 끔찍한 일을 우아하게 포장해 넘어가는 능청맞은 연출을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다.미션! 원작을 복제하라

<레드 드래곤>의 미국 개봉 직전, 뉴욕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상당수의 관객이 웃었다. 그건 비웃음이 아니라, 악의 원형질 같은 한니발 렉터에게 이미 반해버린 팬들이 다시 스크린을 찾은 그에게 보내는 환영의 인사에 가까웠다.그러나 이 영화의 렉터는 지금까지 3편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가장 젊을 때의 렉터이다. 원작자 토머스 해리스의 소설은 81년에 <레드 드래곤>, 88년 <양들의 침묵>, 99년 <한니발>의 순으로 출간됐고 영화는 <레드 드래곤>을 원작으로 한 86년의 <맨 헌터>, 91년 <양들의 침묵>, 2001년 <한니발>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맨 헌터>의 마이클 만 감독은 한니발 렉터가 FBI 수사관 윌 그레엄에게 붙잡혀 감옥에 가기 이전의 모습을 영화에 담지 않았다. 앤서니 홉킨스는 더 젊어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체중 10㎏을 줄였고, 머리를 뒤로 묶었다. 그가 윌 그레엄(에드워드 노튼)과 한바탕 격투를 벌이고 감옥에 간 뒤 이야기는 그레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레엄은 렉터를 체포했지만, 그에 대한 공포를 떨치지 못한 채 FBI에서 사직한다. 7년 뒤 렉터가 저질렀던 것과 흡사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자 FBI는 그레엄에게 협조를 구한다. 살인현장을 살펴본 그레엄은 수감 중인 렉터를 찾아간다. 살인마를 잡기 위해 살인마의 내면세계를 알아야겠기에. 그러나 렉터는 여전히 공포스럽다. 렉터와 재회한 순간, 둘은 서로를 향한 적개심만 확인할 뿐이다. 이어 렉터가 복수를 시도한다. 은밀한 방법을 통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인 돌로하이드(‘레드 드래곤’은 그의 별명이다)에게 그레엄의 가족을 죽이도록 지시한다.

이후부터 그레엄과 돌로하이드가 전면에 나서는 이 영화에서 렉터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그림자처럼 배경에 드리운 공포의 상징적인 존재에 가깝다. <맨 헌터>에서 브라이언 콕스가 연기했던 렉터는 두 차례밖에 등장하지 않았다. 브렛 래트너 감독은 렉터의 분신이 된 앤서니 홉킨스를 십분 활용해 영화의 시작과 끝을 포함해 6∼7차례 등장시킨다. 그러나 이 영화가 ‘3세대 복사기’ 같다는 <뉴욕타임스>의 말처럼 줄거리만 놓고 봤을 때 원작을 충실히 중계하는 건 <레드 드래곤>이다. 브렛 래트너나, 이 영화와 <맨 헌터> 둘 모두를 제작한 디노 디 로렌티스는 뉴욕 시사회 뒤 있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원작에 충실하다”는 걸 <맨 헌터>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월드 프리미어 [2]▶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 앤서니 홉킨스 인터뷰▶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 제작자 디노 디 로렌티스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