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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여성 영화(2)
2002-11-08

들어라!자매들의 낮은 목소리

섹스는 코미디다 Sex is Comedy

▶ 월드 시네마/ 프랑스/ 카트린느 브레야/ 2002년/ 101분

▶ 11월19일 오후8시 대영1, 11월21일 오후5시 대영1

몸을 벗는 것보다 마음을 벗는 것이 더 힘들다. “말은 거짓이고, 몸은 진실이지. 이제부터 진실을 탐구해야 해.” <로망스> <팻 걸> 등 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영화들을 만들어온 카트린느 브레야는 그 작품들을 만들며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옷을 벗는 것보다 더 힘겹고 중요한 일은 마음을 벗는 것이라는 사실. <섹스는 코미디다>는 섹스에 관한 영화, 그런 영화 찍기에 대한 영화로, <로망스> <팻 걸>의 촬영 후일담이라 할 수 있다.

섹스신 촬영을 앞둔 여감독 잔느는 주연배우들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새침한 여배우는 옷 벗기를 꺼리고, 냉소적인 남자 배우는 개런티때문에 ‘해준다’는 식이다. 소품 담당자는 커다란 인조 성기를 준비하고, 촬영장은 웃음바다가 돼버린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구상한 그림들이 뒤엉키면서, 잔느는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는다. 고독한 싸움이지만, 잔느는 충직한 아군의 존재도 실감한다. 결국 ‘마음을 벗고’ 섹스신을 촬영한 여배우는 속울음을 터뜨리고, 그토록 원하던 것을 얻어낸 잔느는 환희의 포옹을 건넨다.

열망 The Longing

▶ 월드 시네마-비평가 주간/ 독일/ 아인 딜레이/ 2002년/ 90분

▶ 11월20일 오전11시 대영1, 11월21일 오후5시 부산3

살아가는 이유와 기쁨이 된 남자가 살인자라면. 목사의 아내 레나는 웃지 않는다. 남편에게 그녀는 가사 노동과 섹스를 제공하고, 병든 누이를 간병하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치 채무자처럼 죄인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레나에게 자동차 정비공 파울이 접근한다. 파울에게 마음과 몸이 이끌리는 것을 느끼며 레나의 삶은 홍조를 띈다. 레나는 파울이 이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을 지키기 위해 힘든 결단을 내린다. 작은 행복을 지키고자 하는 필사적인 몸부림, 그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천근만근의 불행. 그 앞에 선 관객의 자리가 더없이 무력하게 느껴진다. <열망>은 올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 수상작이다.

갈매기의 웃음 The Seagull’s Laughter

▶ 월드 시네마/ 아이슬랜드+덴마크/ 어거스트 구드운드손/ 2001년/ 104분

▶ 11월17일 오전11시 대영1, 11월22일 오후8시 부산2

그녀는 요정일까, 바이킹의 여전사일까, 아님 살인마일까. 결혼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던 프레야가 홀로 돌아온다. 조숙한 소녀 아가는 아름다운 프레야를 숭배하고 한편으로 질시하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염탐하기 시작한다. 프레야는 뭇 남성의 연인으로 군림할 뿐 아니라, 마을 여성들과 소외된 이웃들의 목소리를 키워준다. 아가는 그런 프레야가 밤마다 어디를 가는지,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이 왜 죽어가는지가 의심스럽다. 대체 프레야는 누구인가. <갈매기의 웃음>은 은회색 하늘과 대지, 눅눅하고 차가운 대기, 신비스러운 아이슬랜드의 자연 풍광이 들려주는 페미니즘에 관한 우화다. 페미니즘이 태어나기 전인 50년대 아이슬랜드의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신여성’의 ‘기행’을 코믹하게 풀어내고 있다.

크라이 우먼 Cry Woman

▶ 아시아 영화의 창/ 중국/ 류 빙지엔/ 2002년/ 91분

▶ 11월15일 오전 11시 부산1, 11월22일 오전 11시 대영1

아주 특별한 재능을 발견한 한 여자의 처절한 생존기. 귀샹은 도박에 빠진 남편과 함께 해적판 DVD를 팔며 생활하고 있다. 남편이 폭행죄로 구속되고 도망간 이웃의 아이까지 떠맡게 된 어느날, 귀샹은 장의사를 하는 옛애인의 제안으로 장례식에서 곡해주는 일을 시작한다. 한때 오페라단에서 일했던 그녀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해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다. <크라이 우먼>은 절망을 모르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정부의 아내와 손님에게 모욕당하고 생활에 찌들었지만, 귀샹은 모질게 다문 입술로 홀로 세상을 헤쳐나간다. 젊은 피부 밑에 험한 세파를 담아내는 주연 친 랴오의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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