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작가영화(4)
2002-11-08

거장의 뒤를 밟는 성지순례

월요일 아침 Monday Morning

▶ 월드시네마/ 프랑스·이탈리아/ 오타르 요셀리아니/ 120분

▶ 11월19일 오후 8시 부산1, 11월22일 오후 8시 대영1

삶은 쳇바퀴, 그래도 괜찮을까? 뱅상의 삶에 탈출구는 없어보인다. 거대한 공장의 용접공 뱅상은 매일같이 꼭두새벽에 일어나 엄청난 시간을 들여 출근한 뒤 공장의 부품처럼 일하다가 무미건조한 가정으로 ‘홈인’한다. 하지만 아내와 두 아이에게 그는 돈을 찍어내는 공장일 뿐이고, 가족에게서 삶의 위안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어느 날 아침, ‘공장 내 금연’문구가 커다랗게 적혀 있는 공장문 앞에서 단호하게 발길을 돌린 뱅상은 무작정 베니스로 향한다. 그곳도 탈출구는 아니었다. 그는 그곳에서 마치 예전의 자신처럼 월요일 아침이면 벌떡 일어나 부리나케 공장을 향해 퍽퍽한 발자국을 찍는 카를로를 만나 다시금 비애를 맞이한다. 그럼 탈출구는 어딜까 도대체 그런 게 있기라도 한 걸까 그루지야 출신 미지의 거장 요셀리아니 감독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 슬픈 현실을 음영이 강한 블랙 코미디로 그려낸다. 지극히 절제된 대사와 행동으로 웃음과 슬픔의 묘한 교차점을 만들어내는 이 영화는, 그러나 헛헛한 희망도 조금이나마 엿보게 한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 김수용·오시마나기사 회고전 ●돌아온 노장들

올해 부산영화제는 40여년 동안 줄곧 정력적인 활동을 펼쳐온 김수용 감독의 회고전을 마련했다. 데뷔 이후 99년 <침향>까지 109편의 영화를 만들어온 김수용 감독은 문예영화 분야에서 대가로 군림해왔다. 1929년생인 김 감독은 45년 국방부 정훈감에서 영화와 인연을 맺은 뒤 58년 <공처가>로 데뷔했다. 코미디, 사극, 멜로, 사회성 드라마 등 전 장르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그는 65년 문예영화 <갯마을>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상업소설이 아니라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보기 좋게 성공을 거뒀을 뿐 아니라 김수용 영화미학의 밑거름이 됐다. 이후 <안개> <화려한 외출> <만추> 등으로 화려한 작품활동을 전개한 그는 영상물 등급위원장으로 재직 중인 지금까지도 새 영화에 대한 구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번 회고전은 그의 문예영화에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김수용 감독의 문예영화에 있어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돌아온 사나이>(1960)부터 86년작 <중광의 허튼소리>까지 모두 7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모파상의 소설 <첫사랑>을 개작한 <돌아온 사나이>는 징용의 상처를 안고 있는 한 남자와 여인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는다. 65년작 <갯마을>은 오영수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혼례를 올린 지 일주일 만에 남편을 잃은 청상과부 해순의 이야기를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차범석의 소설을 영화화한 67년작 <산불>은 한국전쟁으로 여자만 남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인민군 탈영병을 발견한 점례는 매일 밤 음식을 가져다주고 사랑을 나눈다. <안개>(1967)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만큼이나 모던한 분위기의 이 영화는 무진이란 고장으로 휴가 온 한 남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73년 제작됐으나 검열 탓으로 77년 개봉한 <야행>은 당시 상황에선 매우 파격적으로 여성의 일탈심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직장동료와 동거하는 한 노처녀가 첫사랑의 추억이 서린 고향을 찾아 남성들에게 육체를 내던진다는 이야기. 77년작 <화려한 외출>은 김수용 모더니즘의 절정을 이루는 작품 중 하나로 한 여성의 성적 집착과 망상을 다룬다. <중광의 허튼소리>는 종교계와 검열당국과의 마찰로 김수용으로 하여금 은퇴선언을 하게 했던 영화. 중광 스님의 기행(奇行)을 담는다.

이번 영화제에서 관심을 끄는 또 다른 특별 프로그램은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한국, 한국인, 재일동포 등과 관련해 만든 영화들을 소개하는 ‘오시마 나기사 : 한국과의 인연’이다. 오시마 감독은 일본 사회를 증오한 만큼 마이너리티인 재일동포, 한국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이런 소재를 다뤄 이번에 소개되는 영화는 1965년작 <윤복이의 일기> 등 4편이다. <윤복이의 일기>는 스틸사진에 사운드를 결합한 중편영화다. 60년대 대구에 살았던 윤복이의 힘겨운 삶을 비추는 작품. <일본춘가고>(1967)는 전성기를 맞고 있던 일본 학생운동을 소재로 하지만, 한국 학생운동과 관련을 맺으며 양국의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오시마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교사형>(1968)은 58년 일본인 소녀 두명을 강간, 살해한 혐의를 받고 63년 사형된 한 재일 한국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사형집행에도 불구하고 살아난 R를 둘러싼 일화를 통해 일본 사회의 치부를 들춘다. 68년작 <돌아온 술주정뱅이>는 재일 한국인 문제와 전쟁에 관한 메시지를 블랙코미디로 전달한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