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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 박물관 상업화 논란속에 폐쇄
2002-11-09

스위스 로잔 인근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불멸의 연인’ 오드리 헵번 박물관이 유족과 박물관측의 상업화 논쟁속에 개관 6년만에 문을 닫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지난 93년 1월 63세를 일기로 작고한 헵번의 생애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박물관은 지난달 말 소장품의 대부분을 미국에 거주하는 두 아들에게 반환했다.

헵번이 대장암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30년간 거주한 톨로쉐나에 소재한 박물관은 마을주민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60명과 후원단체들의 지원으로 운영돼왔으며 경상비를 제외한 입장료 수익금 등 40만 프랑(27만6천달러)을 오드리 헵번 아동재단에 헌금하는 등 사회봉사에도 일역을 담당해왔다.

박물관측은 주요 소장품의 반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겠다는 의욕을 보였으나 헵번의 두 아들인 숀 페러와 루카 도티로부터 상업화에 치우쳤다는 비난에 직면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폐쇄를 결정했다. 페러는 최근 타임지(誌)와 인터뷰에서 관광객들이 헵번의 무덤을 거쳐 박물관으로 이동하도록 방치하는 등 과도한 상업화에 물들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페러는 특히 박물관측이 사제(私製) 잼에 오드리 헵번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것에 극력 반대했다고 전하면서 “모든 일이 엉망으로 진행됐다”고 비난한 뒤 “이곳은 내 어머니의 안식처이지 엘비스 프레슬리의 그레이스랜드가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박물관측의 설명은 유족들의 주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스위스국제방송은 전했다. 프랑카 프라이스 관장은 “상업화 주장에 대해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섭섭한 심경을 표출하면서 “방문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헵번의 아들들을 포함한 관련 당사자 전원에 의해 합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적당한 규모의 기념품점에서 판매된 우편엽서를 포함한 모든 물건은 사전에 페러와 도티의 승인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박물관의 경상비는 입장료와 기념품 판매 수익으로 충당됐지만 빈 학교 교실 2개를 개조한 건물은 무료로 임대됐으며 전기와 난방비는 지역사회가 부담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54년 <로마의 휴일>로 받은 최우수 여우상과 93년의 공로상 등 2개의 오스카상 트로피를 비롯해 영화 포스터 원본, 사진, 의상 등 유족들이 장기 임대한 개인 소장품들이 전시된 박물관을 찾은 방문객은 모두 3만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4분의 3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라이스 관장은 은퇴후 유엔아동기금(UNICEF)의 특별대사로 기아와 전쟁에 상처를 입은 아동을 돌보는데 주력했던 헵번의 봉사활동은 기금을 조성하는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양심을 고취하는 업적을 남겼다며 박물관이 주민결속과 사회봉사에 기여한 역할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국과 네덜란드인 부모 사이에서 벨기에서 출생한 헵번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네덜란드에서 아동시절을 보내면서 UNICEF의 전신인 유엔구호 및 재활 행정기구의 구호품을 제공받았으며 생전에 UNICEF의 봉사활동에 대해 “도덕적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네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