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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바다로 돌아온 사나이
2002-11-14

한국영화 회고전으로 돌아본 전통과 모더니즘의 가교, 김수용 감독론

조영정/부산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 코디네이터

회고전은 과거와 만나는 자리이다. 그러나 과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촌스럽거나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거기에는 지금 느낄수 없는 낭만과 신선함이 있다. 게다가 김수용 감독과 같이 109편이라는 엄청난 수의 영화를 만들어낸 베테랑 감독의 대표작 7편이 주는 기쁨은 남다르다. 많은 수의 영화를 만들고 당대에 흥행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김수용의 진가를 세상에 알리는데 걸림돌이 되어왔다. 흥행감독은 어쩐지 고독한 예술인의 모습보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한 감독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은 당시 대중의 욕망과 취향을 이해했다는 뜻이고, 그 영화들이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된다면 거기에는 단순한 재미이상의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김수용 감독은 58년에 데뷔하여 8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거의 쉼 없이 작품활동을 하였다. 전성기라고 불려지던 60년대에는 매해 6편이상의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이다. 그러나 다작이 그의 영화의 질을 떨어트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의 가장 훌륭한 작품들은 상당수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것은 연습량의 문제와 결부된다. 김 감독 스스로가 이야기하듯이 “영화를 많이 만들 때 그만큼 집중력이 높아지고 영화에 대한 감이 살아나기” 때문인 것이다.

변덕스러운 우리 영화계에서 40여년 동안 감독 생활을 해왔고, 수많은 수상경력 뿐만 아니라, 그의 많은 영화들이 꾸준히 영화 연구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이 시점에 김수용의 작가성과 예술성에 대해 한마디 거든다는 것은 사족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그를 여전히 우리의 취향을 이해하는 흥행 감독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그의 영화들이 지금의 우리 눈에도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문예영화의 대가”인 김수용 감독의 대표적인 문예작품인 <갯마을>과 <산불>을 소개한다. 이 영화들이 여타의 문예영화들처럼 고상하고 밋밋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김수용의 가장 뛰어난 장기는 바닥에 숨어있는 인간의 욕망을 파헤치고 그것을 누구보다 더 절박하게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갯마을>과 <산불>은 모두 인간의 애욕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편 모두 남자 없이 살아가는 여자들의 마을을 배경으로 삼고있다. 남편을 바다에 잃고 과부들로 가득 찬 갯마을의 삶과 한국전쟁으로 인해 남자의 씨가 말라버린 대나무 촌이 이들 영화의 배경이다. 끈끈한 욕망과 뒤틀린 집착은 문예영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생동감을 전해준다.

이러한 욕망의 서사는 김수용의 모더니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70년대에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보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관심이 고조되기는 하였지만, 사회상을 개인의 욕구 속에 투사시키는 김수용의 특기는 여전하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갯마을>과 <산불>에서 보여주던 정적이고 정돈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빠르고 혼란스러운 편집, 현실과 상상,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겹침은 67년 <안개>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후 70년대 작품들인 <야행>과 <화려한 외출>에서도 반복된다. 독재정권 하에서 기형적인 산업화와 도시화를 경험하던 70년대의 초상은 목적의식을 상실한 채 밤거리를 헤매는 <야행>의 현주와 두개의 분열된 자아 사이에서 실체를 상실한 <화려한 외출>의 공도희를 통해 보여진다. 이들의 방황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줄다리기를 통해 보여주는 김수용은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언어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회고전을 준비해온 사람으로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는 (가장 밀어주고 싶은!) <돌아온 사나이>이다. 과거의 영화에서 현재의 감성을 발견하고, 현재의 관심사를 발견하는 것은 흥미진진하다. <갯마을>에서 보여지는 묘한 동성애의 흔적과 <화려한 외출>에서 발견되는 혼성장르의 가능성, <안개>에서 만나는 거의 충격에 가까운 세련미는 우리가 30년 전의 영화들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잊게 만든다. 하지만, 과거의 영화를 보면서 옛날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너무나도 낭만적이다. <돌아온 사나이>는 옛날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김수용 감독의 영화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이 영화는 고전미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베테랑 배우들이 펼치는 눈물의 삼각관계와 청춘 스타들이 펼치는 발랄한 사랑싸움이 화면을 누빌 때마다 나의 가슴은 설레었다. 아, 그렇다. 과거의 영화를 볼 때, 가장 큰 기쁨은 과거 스타의 아름다움을, 그들의 젊음을 만나는 것이다. <돌아온 사나이>는 이런 통속적인 기쁨을 준다. 한 명의 춘향을 두고 두 명의 이도령이 펼치는 삼각관계는 너무도 애절하다. 61년도 <춘향전>의 춘향과 이도령이었던 최은희와 김진규 사이에 55년 이도령인 이민이 끼어든다. 우리는 최은희가 김진규를 따라 갈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비록 <돌아온 사나이>가 <춘향전>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과연? 앳되고 귀여운 엄앵란과 귀여운 터프가이 남양일이 끼어들면 운명은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

회고전에 갈 때 우리는 한없이 진지해질수도 있고, 한없이 가벼워질수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던 상관이 없다. 김수용의 영화는 양쪽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킨다. 그가 과거 제작자의 요구와 관객의 취향을 따르면서도 자신의 세계를 열었던 것처럼, 그의 영화들은 아직도 우리의 왼쪽 뇌와 오른 쪽 뇌 모두를 자극할 수 있다.

A Man with Endless New Ideas

 

 Interview with Kim Soo-Yong

  

 - How do you feel about having your special retrospective at PIFF?

 = Until now, I've attended PIFF retrospectives on other filmmakers, such as Kim Ki-Young(director), Yoo Young-Kil(cinematographer), Yoo Hyeon-Mok(director), Shin Sang-Okk(director). And at every retrospective, I looked at their proud faces and wished it was I who was up there. However, when my turn finally came, I was more nervous than just enjoying it. 7 films, which will be screened at this retrospective, were made during 60's, 70's, and 80's and I wonder how it will be received by the audience. Now that I look back, I'm thinking I should've concentrated more on artistic completion of each piece. In any case, what amazes me the most about the retrospective is that film from one generation can cross over time and converse with another generation.

 

 - From this retrospective, which film do you feel the most strongly about?

 = Many people asked me that question. Once I picked 20 'self-recommended' films from 109 films I've made. People say I've created a bridge between traditionalism and modernism. And, I guess, for 'traditionalism,' I very much adore and and for 'modernism,' I love and . I'm also very much attached to , and , which exposed social problems of the era. When I made them, they all had reasons, but, now that I look back, I think I dared on too many different genre without any fear or hesitation.

 

 - and are definitely ahead of their time. Can you tell me if there were any foreign directors you were influenced by?

 = When I made , international critics called me 'Korean Michelangelo Antonioni'. But, films such as weren't even released in Korea until a year after. In any case, I can't say there is a director who I was influenced by. However, I can say I very much like Stanley Kubrick. I think , even without its social context, is the best film ever to unravel riddles of human problems with modern sensibility.

 

 - Please tell me about your 110th film.

 = Well, my head is full of ideas. At this moment, it's a bit difficult, but my longtime film buddies and I are talking and preparing a film which will be well received, even on international 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