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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준 월드 시네마 프로그래머 인터뷰
2002-11-14

“제3대륙 영화들 놓치기 마시길”

 

 

‘아시아영화의 창’이라는 부산영화제에서 월드 시네마 담당 프로그래머의 고민은 어떤 것일까. 혹시 소외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이런 ‘삐딱한’ 시선에 대해 올해로 일곱번째 월드 시네마의 프로그램을 짠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아시아영화에 중점을 두는 영화제인만큼 주연을 탐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월드시네마 부문이 조연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영화제 규모와 위상이 갈수록 커지는 탓에 이 부문 역시 강화되고 확장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전 프로그래머가 올해 행사에서 가장 신경을 쓴 일이 있다면, 비 유럽권 영화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것.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작업은 영화제 문화가 발달된 유럽권의 영화를 섭외하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이 많이 갔다. 오세아니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의 여러 영화제를 일일이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르겠냐만은 올해도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호주 아이반 센 감독의 <구름 아래>나 콜럼비아 호르헤 알리 트리아나 감독의 <나의 이름은 볼리바> 등 ‘제3대륙’출신의 수작들이 영화제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아쉬운 일도 많았다. 안드레이 콘잘로프스키 감독의 신작 <바보들의 집>은 욕심이 나는 작품이라 초청을 했지만, 세일즈 에이전트가 미적거리는 탓에 시한을 넘겼고, 타비아니 형제의 <부활>은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쏟아왔던 작품이었지만 배급사의 무관심과 거만함 때문에 상영할 수 없었다. 호주 영화 <흑과 백>의 프로듀서 닉 파웰의 신작 <레오폴드>는 샘 셰퍼드, 데니스 호퍼 같은 유명 배우가 출연하며, 부산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추진했던 작품. 하지만 이 영화 역시 뒤늦게 참가 접수가 돼 아쉽게 포기해야만 했다.

 올해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비평가 주간도 신경이 쓰이는 프로젝트다. “오래전부터 생각을 해왔던 일이었지만, 그동안 비평가들이 해외에 나가서 신작들을 섭렵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어 미뤄오다 이번에 실행하게 됐다. 하지만 준비가 다소 부족하니 올해만 부디 양해해달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