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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6)
2002-11-14

인터뷰

서플먼트의 매력 5 <저수지의 개들>과 인터뷰 : 영화 뒤에서 생긴 일

올해로 <저수지의 개들>(KRCnet 출시)이 발표된 지 딱 10년이 됐다, 는 말은 ‘아니 벌써’와 ‘아직 그것밖에…’라는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갖게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그동안 수많은 추종자 무리와 함께 하나의 도도한 스타일을 형성해냈다. 현대의 클래식 같은 인상마저 풍기는 이 영화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보더라도 여전히 신선하고 발랄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 영화의 10주년을 기념해 2장짜리로 출시된 DVD는 이처럼 당시를 추억하면서도 이 영화의 현재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풍성한 서플먼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1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 이뤄진 다종다양한 인터뷰. 첫 번째 장에는 타란티노를 비롯, 프로듀서 로렌스 벤더, 배우 팀 로스, 마이클 매드슨, 크리스 펜, 커크 발츠 등의 인터뷰가 담겨 있고, 보너스 디스크에는 타란티노의 긴 인터뷰와 타란티노의 우상이었던 감독인 몬티 헬먼, 로저 코먼, 잭 힐, 여배우 팸 그리어 등과의 진귀한 인터뷰가 담겨 있다. 또 <필름 코멘트>의 에이미 태번, <롤링 스톤>의 피터 트래버스, 에마뉘엘 레비 같은 영화평론가들의 논평까지 싣고 있다.

이 방대한 내용 중 아무래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타란티노의 인터뷰일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의 신데렐라 이야기라 할 수 있는 그의 성공담은 꽤 극적이기까지 하다. 스스로 “20대에 나쁜 일만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다. 자신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욕에 불타고 있던 이 비디오광은 <저수지의 개들>을 3만달러짜리 초저예산 16mm영화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한데 프로듀서인 로렌스 벤더가 연기수업을 받으며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벤더는 무심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연기강사에게 건넸는데, 이를 재밌다고 판단한 그는 여배우인 자신의 부인에게 전달했고, 그녀는 이 시나리오를 같은 클럽의 멤버였던 하비 카이틀에게 보여줬다. 3일 뒤 타란티노는 흠모하던 카이틀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이 영화를 함께 만들자”는 복음이었다. 하비 카이틀의 존재감은 이후 제작비 조달과 캐스팅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활짝 핀 것처럼 보이던 그의 운수도 가끔은 나쁠 때가 있었다. 이듬해 선댄스영화제가 그런 경우. 첫 시사회 때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사내들이 서로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 갑자기 정전이 돼 스크린이 암흑천지로 변하더니, 어머니까지 참석한 세 번째 시사 땐 필름이 영사기 안에서 타들어가는 장면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기도 했다.

이 인터뷰엔 타란티노식 영화 만들기의 본질을 설명해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는 <저수지의 개들>의 시작을 마돈나에 관한 사내들의 질펀한 이야기로 시작한 것과 관련, “내겐 대사를 쓰는 것이 가장 쉽다. 일단 대화를 시작하기만 하면 영화는 캐릭터들이 끌고 간다”고 설명한다. 또 “이들 대사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참고한다. 갱스터들이라고 만날 살인이나 절도에 관한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는 그의 말은 단지 이 영화에만 해당되는 건 아닌 듯하다. 어찌됐거나 가뜩이나 괴팍하게 생긴 타란티노가 온갖 표정을 지어가며 열정적으로 자신의 영화를 설명하는 모습은 그의 영화보다 결코 지루하지 않다.문석 ssoony@hani.co.kr

추천작 베스트 3

▣ <파이란>_ 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

송해성 감독과 주인공 최민식의 인터뷰를 비롯해 용식 역의 손병호, 경수 역의 공형진, 안상훈 프로듀서, 이재진 음악감독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각각의 인터뷰가 10분 가까이 될 정도로 충실한데다가 인터뷰 중간중간 관련 장면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기능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안상훈 프로듀서가 최민식의 기가 너무 강해 상대 배역을 찾기 어려웠지만 손병호를 찾으면서 해결됐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관련 장면을 선택하면, 손병호의 강렬한 눈빛연기 장면으로 연결된다.

▣ <아멜리에>_ 씨넥서스

장 피에르 주네 감독과의 20여분 분량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식스 센스>와 <록키>의 DVD를 보며 운명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 영화를 떠올렸다”는 다소 의외의 이야기나, 칸영화제에 출품되지 못한 데 대한 섭섭함을 밝히는 대목이 재미있다. 독특한 상상력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프랑스 시사회 뒤 감독과 배우들이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모습도 담겨 있어 흥미롭다.

▣ <반칙왕>_ 스펙트럼

임필성 감독이 김지운 감독과 장진영, 홍경표 촬영감독을 인터뷰하는 장면과 류승완 감독이 송강호와 정두홍 무술감독을 인터뷰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홍경표 감독과 정두홍 감독의 이야기에서는 이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을 나름대로 상세하게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 김지운 감독은 이 자리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다. 다섯명의 인터뷰 시간이 40분 가까이 되는 등 초기 DVD 출시작임에도 꽤 신경쓴 흔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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