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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The Son
2002-11-15

<아들> The Son

벨기에, 2002, 103분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오전 11시 대영 1관

올리비에는 혼자 살고 있는 서른 살의 남자다. 청소년 재활센터에서 목공을 가르치는 그는 감정을 드러내거나 희미하게라도 웃는 법이 없다. 5년 전 어린 아들이 살해됐을 때, 하나뿐인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아버지의 삶도 함께 끝나버렸으므로. 그러나 소년원에서 갓 출소한 열 여섯의 살인자 프란시스가 재활센터에 나타나면서 올리비에의 삶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증오인지 체념인지 모를 눈길로 소년을 지켜보는 올리비에. 그는 프란시스를 외딴 벌목장으로 데려가지만,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자신조차 알지 못한다.

<아들>은 끈질긴 인내심으로 지켜봐야 하는 영화다. 재활센터와 좁은 집안에 갇혀있는 올리비에의 일상은 긴장이나 드라마틱한 굴곡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저 흘려버릴 수는 없도록 강요하는 미스터리가 있다. 그는 왜 날마다 고행하는 것처럼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걸까, 그는 왜 전처가 임신했다는 소식에 발작하듯 흥분하고, 자신의 작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재활센터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감독 다르덴 형제는 영화가 한참을 흘러간뒤에야 무심하게 답을 던져준다. 프란시스는 고작 열 한살 나이에 올리비에의 아들을 살해했던 것이다. 올리비에는 프란시스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다그치다가 겁에 질린 어린 아이의 충동만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엄청난 비극을 만들어 놓고도, 그리고 비극을 짊어진 아버지에게 그토록 가깝게 카메라를 들이대고도, 다르덴 형제는 가장 극적인 순간에 이르러 한걸음 물러선다. 아무것도 모르는 프란시스가 올리비에에게 보호자가 돼 달라고 부탁할 때가 그렇다. 아래로 내려뜨려 보이지 않는 눈동자, 떨리는 목소리, 격정을 눌러담는 실루엣, 게임판 위에서 공이 오가는 소음.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는 찾아볼 수 없지만, 올리비에가 어떤 심정으로 벌목장을 향해가는지, 관객은 정직하게 공감할 수 있다. 절박하게 일자리를 찾아헤매는 십대 소녀의 이야기 <로제타>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다르덴 형제는 이번에도 역시 다큐멘터리를 통해 연마한 카메라의 초점을 절박한 한 남자에게 맞춘다. 새로운 아들을 낳을 전처처럼, 올리비에는 살아남아야 하며, 죄값을 치르고 나온 프란시스 역시 살아야 한다. 두 남자가 목재를 옮기는 장면으로 끝나는 <아들>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과거를 그림자처럼 달고 있는 사람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영화다. 죽음과 용서의 비극을 묵묵히 연기한 주연 올리비에 구르메는 이 영화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