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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의 PIFF 일기 - 나 완전히 용됐어!
2002-11-17

스무살의PIFF 일기

♪♬ 나 완전히 용됐어!

4년여에 걸친 나의 부산 여정기

Scene 1, 1999. 10. 23

“야, 가자!”, “어디?”, “부산이지. 영화제 한다잖아.”

서울 ‘촌놈’ 넷이 그렇게 아무 계획 없이 뭉쳤다. 무작정 자갈치 역에서 내려 호떡을 사먹으며 아주머니께 여쭈어봤다. “PIFF 광장이 어디예요?” “여긴데.” 얏호, 제대로 찾아왔구나!“그러면 TV에 나오던 영화배우들 어디있어요?” “그 영화젠지 뭐시기는 끝났는데? 오늘이 폐막식이라네.” ㅠ.ㅠ 그래도 부산의 밤은 아름다웠기에, 오다리(버터에 졸인 오징어다리)가 너무나 쫄깃했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을 기약했다.

Scene 2, 2001. 11. 15

“확실하지?” “그럼.” “다 챙겼지?” “그래, 가자!”

그렇게 그 때 그 촌놈들은 2년 만에 다시 뭉쳤다. 영화제 기간 확실히 챙기고 부산의 명물 오다리를 위해 용돈도 두둑히 넣었다. PIFF광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며 ‘메인디쉬’ 오다리를 찾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오다리는커녕 마른 오징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정처없이 발걸음을 옮기며 “오다리∼”를 외쳤다. 잡채를 파시던 아주머니, 기가 막히다는 듯 쳐다보시며 한마디하셨다. “원, 요즘 세상에도 오다리를 찾는 사람이 다 있네.”ㅠ.ㅠ

Scene 3, 2002. 11. 16

“뭐하냐?”“뭐하긴 TV보고 있지. 어딘데 이렇게 시끄러워?”“남포동.““뭐, 거길 또 갔어?”

나머지 서울 촌놈들의 그런 반응을 비웃어주며 의기양양하게 다시 왔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보기 위해 두 번이나 고생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지금 나는 ‘완죠∼니’ 용됐다. 숙소도 좋고, 노란 잠바도 받았고, 무슨 ‘증’(기자증)도 있다. 이렇게 자랑스러울데가… 촌놈들이여, 들으시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고 세 번 와서도 타인 취급하는 사람, 부산에는 없수다. 아직 그대들의 청춘이 다하지 않았다면 그냥 오십시오, 우헤헤헤.

글/ 티티엘 한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