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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같은 우리 집> 감독 수잔 타슬리미
2002-11-18

아버지와 싸우기, 나를 드러내기

오랜 기간을 배우로 활동하다 감독이 되어 첫 영화 <지옥 같은 우리 집>을 완성한 수잔 타슬리미는 이 영화의 주인공 미누만큼이나 당당한 여성이었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가 열띤 어조로 자신의 삶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오랜 시련을 열정과 확신으로 기어이 극복한 자만이 지닐 수 있는 힘과 비전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스웨덴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 가족의 삶을 다룬 이 영화에서, 타슬리미는 스스로가 자신의 고향 이란과 망명지 스웨덴에서 보고 느꼈던 억압적 상황을 매우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녀는 이란의 영화학교에서 연기수업을 받은 뒤 전문배우로 활동했다. 망명 전 그녀는 이슬람 문화 내의 여성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에 출연,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연기하여 대중과 비평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여성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그렇지 않은 영화들을 통제하고 검열하고 때론 상영금지까지 하는 이란 정부의 압박(정부는 그녀의 명성을 이용, 프로퍼갠더 영화에 출연할 것을 제의하기도 했다고 한다)에 지친 그녀는 1987년 스웨덴으로 망명을 결심한다. 이후의 삶은 한동안 그야말로 “끔찍한 시간”이었다. 스웨덴어를 전혀 모르던 그녀는 언어를 배우기 위해 집안 곳곳의 모든 물건에 스웨덴어로 쓰여진 라벨을 붙여 놓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 순간에도 그녀는 무엇보다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했고 스스로가 연출, 주연을 맡아 메데이아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스웨덴에서 살면서 나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로 망명이나 이민을 택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잃고 살아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하는 타슬리미는, <지옥 같은 우리 집>을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문화와 ‘근대적인’ 문화 사이에서 충돌하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또한 이는 여성의 저항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미누가 아버지에 대항해 동생의 결혼식에서 스트립 댄스를 추는 장면은 흡사 찰스 비더의 <길다>에서의 리타 헤이워드의 스트립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통쾌한 장면이다. 이는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아버지(남성)와 싸우는” 여성의 모습 그 자체이다. 시종 웃음을 잃지 않는 이 여성감독의 두 번째 영화는 분명 다시 한 번 그녀 자신의 모습을 닮은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