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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 도날드 리치
2002-11-18

“<죽어도 좋아>,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영화”

“특히 이란영화를 많이 봤다.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이란영화는 할리우드가 잊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일본어 자막을 읽는데 서툴러서 한국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10년쯤 전에 본 <안개마을>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죽어도 좋아>는 정말 멋진 영화였다.”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 도널드 리치는 자리에 앉자마자 <죽어도 좋아>를 봤느냐고 물어왔다. “믿을 수 없는,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정부가 그런 영화를 문제삼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7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순수를 담은” 새로운 영화에 흥분하는 그는 그런 젊은 에너지에 걸맞게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의 자격으로 부산을 찾았다. 1946년부터 일본에 살기 시작한 리치는 구로사와 아키라와 오즈 야스지로가 대표하는 50년대 일본영화를 영어권에 소개한 인물. 아직 옛 정취가 남아있는 동경 부근 우에노에 살면서 일본영화와 문화에 관한 저술, 소설, 에세이 등 40여권의 책을 써냈다. 보기드문 활동력을 가진 그는 9박10일이라는 짧지 않은 여정을 기꺼이 영광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영화제가 중반에 이르렀으니 꽤 많은 영화를 봤을 것 같다. 뉴커런츠에 참여한 아시아 젊은 감독들의 영화를 본 느낌은 어땠는가.

-수상작을 발표하는 다음주 금요일까지는 절대 말할 수 없다(웃음)! 심사위원단은 서로 매우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있다. 저널리스트와 감독이 섞여있고 개성이 매우 강하다. 각자의 컨셉과 비전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아직은 아무 말도 해선 안 될 것 같다. 미안하다.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장을 수락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 나를 그렇게 믿어준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런 일이다. 부산영화제가 나를 심사위원장으로 택한 이유는 로카르노, 테살로니카, 하와이 영화제 같은 곳에서 심사위원을 맡았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나이가 가장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는 특정한 영화를 편애하지 않는다. 나는 일본영화도, 다른 어떤 영화도 특별히 높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경력이 매우 특이하다. 미국 오하이오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청년이 어떻게 일본에 갔고 어떻게 일본영화를 연구하게 됐는가.

-내 고향 리마는 매우 작은 마을이었다. 나는 젊었고, 다른 사람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나는 연합군이 주둔하는 독일과 일본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일본을 택했다. 영화평을 쓰기 시작한 것은 미군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기고하면서부터였다. 베티 그레이블 영화처럼 미군에게 인기있는 영화를 소개하다가 극장에서 일본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흥미를 가지게 됐다.

구로사와 아키라와 오즈 야스지로에 관해선 책도 썼지만 그 이후 젊은 감독들에 관한 책은 없다. 당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감독은 없는가.

-<원더풀 라이프>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이고 이미지가 가지는 힘을 이해하고 있다. 그는 재능있고 개성이 강하며 용감하다.

일본영화 외에 아시아 영화를 본 적은 없는가. 90년대 이후 대만과 이란, 한국영화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특히 이란영화를 많이 봤다.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이란영화는 할리우드가 잊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일본어 자막을 읽는데 서툴러서 한국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10년쯤 전에 본 <안개마을>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죽어도 좋아>는 정말 멋진 영화였다.

당신은 일본영화와 문화를 연구했고 에세이와 소설을 썼을 뿐만 아니라 최근엔 음악평론도 시작했다. 그 왕성한 에너지의 비결은?

-중요한 비밀인데(웃음). 일찍 일어나면 된다. 나는 매일 아침 6시30분에 일어난다.

인터뷰 임재철/ 영화평론가. 사진 씨네21 손홍주. 정리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