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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봤능교? <지옥같은 우리집>
2002-11-18

지옥같은 우리집 All Hell Let Loose

스웨덴 / 2002년 / 88분 / 감독 수잔 타슬리미

364 MB9 20일 14:00 (메가박스9)

<지옥같은 우리집>은 기본적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두 딸과 막내 아들이 있는 그런 평범한 가족… 그러나 할머니는 노망이 났고,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잣대로 두 딸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어머니는 재봉틀 수리공과 바람을 피우고, 두 딸은 아버지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으며, 막내 아들은 몰래 담배를 피운다. 한마디로 ‘콩가루 집안’이다. 그들에게 가족의 유대감이란 없다. 그저 매일매일의 불협화음만이 있을 뿐. 그러나 그들은 가족이란 끈을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식사를 하는 엔딩장면은 감독이 끝까지 가족이데올로기를 고수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어 못내 씁쓸했다.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수잔 타슬리미 감독은 이런 결말에 대해 “악몽같은 현실이 종래에는 가족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해되지 않을 듯 하면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생각한다면 우리들 모두는 다들 각각의‘지옥같은 우리집’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타슬리미 감독이 들려주는 얘기에 우리는 신나게 웃었고, 어느새 영화속 인물의 모습은 우리 자신인 듯 느껴졌다. 영화가 끝난 뒤 한참 동안이나 이어졌던 관객들의 기립박수는 어쩌면 지금도‘지옥같은 우리집’에 살고 있는 우리들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랬기에 영화 내내 웃을 수밖에 없었던 코믹한 에피소드들은 돌이켜 생각하면 오히려 비장하기까지 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에.

글/ 티티엘 문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