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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이야기 - 전화 좀 받지 마세요
2002-11-18

이번 영화제에서 모 기자가 직접 겪은 일이다. 상영관 안에서 영화가 한참 상영되고 있을 무렵, 한 관객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영화 시작 전에 핸드폰 전원을 끄라는 공지가 두어차례나 전달됐는데도 불구하고, 그 관객은 핸드폰을 진동모드로조차 바꿔놓지 않은 상태였단다. 서너 차례 벨이 울리자 주변의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바로 그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관객이 주변은 아랑곳 않고 전화를 받아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 탓에 주변의 관객들은 극의 흐름을 놓칠 수밖에 없었고, 극장 안의 분위기도 덩달아 산만해졌다. 문제는, 이런 광경이 비단 이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 큰 문제가 ‘좌석 바꿔 앉기’다. 영화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 시야가 좋지 않은 곳에 앉게 된 사람들이 좀더 좋은 위치의 빈좌석쪽으로 우루루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들의 극성 탓에 늦게 입장한 사람들은 돈을 주고 산 자신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그 때문에 끝내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하고 영화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일들은 우리나라의 극장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의 관람태도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관객들은 자신이 부산국제영화제라는 대규모의 국제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관객 개개인은 홍보 대사라는 점을 늘 자각해야 한다. 또한 애써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예우와 주변 관객에 대한 배려 역시 우리가 흔히 간과하고 지나치는 문제들이다. 축제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예절이 필요한 게 아닐까. ‘성숙한 시민의식 고양’이라는 고리타분한 얘기를 아직까지 부르짖어야 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글/ 티티엘 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