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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잘재잘 - 침 뱉지 마이소 외
2002-11-20

침 뱉지 마이소

신성한(?) 영화의 거리에서 시비가 붙었다. 40대 아저씨가 젊은 의경에게 애걸복걸이다. 죄목은 경범죄, 세부사항은 침 뱉기, 벌금 3만원.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남포동 PIFF광장에 파견된 의경의 임무는 이같은 ‘혼잡 경비’란다. 최태석 의경은 아저씨와의 실랑이 때문인지 기자의 질문에도 내내 뚱하게 대답했다. “이 즐거운 축제에서 담배꽁초, 쓰레기 버리는 사람 잡는 일이 어데 좋겠습니꺼.” 기운내이소, 의경 총각. 그래도 평소보다 거리가 엄청 깨끗해진 거라면서예. 인자 영화제도 얼마 안 남았지만서도 앞으로 잘 하면 안 되겠슴니꺼. 그라지예∼?

티티엘 김소연

나도 이제 유명인?

S씨는 티티엘 기자단에 뽑혀 일을 하게 된 것 외엔 인생에서 큰 일이 없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취재가 없던 날 홀로 상영관을 찾은 S씨, 자리에 앉아 두리번거리다가 옆에 앉은 관객이 <씨네21 피프 데일리>를 안 가지고 있다는 발견하게 되었다. 웃으면서 조용히 잡지를 건네는데 관객 왈, “어디서 오셨어요?”“티티엘 기자예요” 그러자 갑자기 이 관객, S씨를 향해 방긋 웃더니“아, 그 말로만 듣던 티티엘 기자시로군요. 여기다 사인 좀 해주시겠어요?”캬∼사인을 해달라고? 조심스레 펜을 들고 사인을 한 S양. 영화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들뜬 기분을 애써 가라앉혀야 했다고. ^^;;

티티엘 심은주

위풍당당, 변영주 감독

‘돈 안 되는’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유명한 변영주 감독의 첫 극영화 <밀애>가 3회 모두 매진됐다. 충분히 기뻐하리라 짐작하고 소감을 묻자 변 감독, 의외로 냉담하게 한 마디 던졌다. “영화제에서 매진돼 봤자, 나한테 떨어지는 돈도 없는데 아깝기도 하다. 일반 극장에서 더 많이 봐 주는 게 도와주는 거다.” -.-;;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도 “구체적인 것은 없다. 단지 가장 비싼 배우를 가장 싼 가격으로 쓸 것”이라며 뜨악한 대답. 독립영화를 사랑한 감독답게 역시나 위풍당당, 입에 발린 소리를 하지 않는 모습, 정말 멋지다. 변감독님, 앞으로도 좋은 영화 많이 부탁드려요. 꼭 일반 극장에 가서 볼께요∼.

티티엘 김효숙

너, 왜 반말하니?

부산에서 실컷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던 O씨, 마냥 행복해할 수만은 없었다. 그건 바로 자막 때문이었다. 한글로 번역된 외화 자막에서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게 항상 반말을 쓰는 데 반해,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에게 늘 존대말을 쓰고 있었으니까. O씨가 보았던 영화 속 모든 아내들은 남편에게 존대어를 쓰고 있었다. 이 양성평등의 시대에 웬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람? 좋은 번역은 현실을 적절히 반영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혹 이 번역자가 알고 있는 모든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존대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티티엘 오빛나

부산은 인심도 훈훈하더라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유난히 배낭족들이 많다. 이들은 숙소도 못 잡고 찜질방을 전전할 심산으로 무작정 내려온 학생들이다. 남의 집 귀한 아들·딸들이 부산까지 내려와 한 데서 잠을 자야만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아무개씨, PIFF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는 ‘해운대 근처에서 사랑스런 아내, 여섯살배기 아들과 함께 사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우리 집에서 밤에는 영화 얘기도 하면서 편히 쉬어 가기만 하라, 돈도 선물도 필요없다’며 손님을 청했다. 이분을 취재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조용히 영화의 바다 속에서 지내고 싶다’며 정중한 거절의 뜻을 밝혀왔다. 그분은 지금쯤 영화친구 하나 만나 즐거운 부산영화제를 만끽하고 계시리라. 이런 분들 덕분에 부산의 겨울 날씨는 더욱 포근한 모양이다.

글/ 티티엘 김소연

사진/ 티티엘 김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