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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의 시선
2002-11-20

자갈치시장 앞 부두를 지나치다 만난 이미지. 이곳에서 보낸 열흘 동안 720번 이상 셔터를 눌렀지만, 이처럼 강렬하게 내 마음을 잡아끈 이미지도 없었던 것 같다. 배가 파도에 휩쓸려 떠나가지 않도록 묶어둔 밧줄을 보며, 사람들도 이처럼 서로를 엮지 않으면 홀로 살아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단 사람들의 인연뿐이랴. 부산과 영화 역시 이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만큼 강력하게 묶여있는 느낌이다.

글·사진/ 티티엘 조병각

물그림자가 곱게 지던 어느날,

밤이었구요 공중에서 흐르는 것들은 아팠는데요

쓸쓸함을 붙잡고

한세상 흐르기로는

아무려나

흐를 수 없음을 이겨내려구요

고운 것을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빛이

저 불빛을 상하게 하네요 당신이 불쌍해

이 命을 다하면 어떻게 하려구요

나무 한 그루를 심고 기다리는 이

또 한 그루를 마음속에 옮겨놓고 기다리는 이

그러나 여전히 설레이는 命은 아파요

命의 갈 길은 어쨌든 움직이는 거지요

움직임 당신의 움직임 당신이 불쌍해

밤이었구요

흐르는 것의 몸이 흐르지 못한

마음을 흘러 저 燈이 나그네 하나쯤 거느릴 수 있으려면

아무려나 당신 마음의 나그네가

내 마음의 나그네를 어디

먼빛으로나마 바래줄 수 있으려구요

밤이었구요

바다와 부산이 이렇게 묶여 있듯, 영화와 부산은 뗄 레야 뗄 수도 없다.

내가 다시 찾을 ‘부산국제영화제’여 영원하라.

바다에 묶인 것들은 어쩐지 아파보인다. 배가 파도에 휩쓸려 떠나가지 않도록 묶어둔 밧줄을 보며, 사람들도 이처럼 서로를 엮지 않으면 홀로 살아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단 사람들의 인연뿐이랴. 쓸쓸함을 붙잡고 한세상 살아가는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