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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과 출판인의 모나코에서의 만남
2002-11-26

얼마전 모나코에서는 이색적인 국제적 모임이 하나 열렸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이 만남의 공식 이름은 ‘영화와 문학의 포럼’이다. 이 행사는 대부분의 국제 영화제가 영화인들만의 교류로 제한돼 제작자 및 감독들이 출판인들과 만날 수 있는 국제적인 장이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마련되었다.

이미 주요한 (그리고 현재까지는 유일한) 각색 문학 작품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듯한 이 포럼에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출판사들- 갈리마르, 그라세, 플라마리옹을 비롯한 수십 개의 프랑스 출판사와 몇몇 캐나다, 영국, 스페인, 미국 출판사 등이 참가하였다. 그들의 최근작을 제작자에게 선보이기 위해 참가했으며, 저작권 문제를 비롯해 각색 실천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세계적으로 제작되는 영화의 절반 정도를 각색 영화가 차지해 온 데 비해 미국을 제외하면 그간 영화인과 출판인간의 교류는 상당히 뜸했던 편이다. 장르 영화가 꾸준한 강세를 보인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문학 작품 판권을 담당하는 전문 에이전트나 대형 출판사 안에 영화와 오디오비주얼 전담자가 있어 왔지만, 프랑스에서는 작가주의(작가주의는 ‘누벨 바그’의 핵심 개념인데 ‘누벨 바그’를 대표하는 프랑수아 트뤼포는 시나리오를 감독 자신이 직접 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의 우세로 각색 영화가 은근히 무시당해온 탓에 그러한 직업이 발붙일만한 산업적 환경이 마련될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프랑스에서도 공상 과학 소설이나 느와르류를 각색한 장르 영화들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으로 각색 영화들이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이러한 각색 영화 제작 붐은 영화와 문학과의 관계를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만들고 있다. 영화산업 잡지 <르 필름 프랑세>에 의하면, 요즘 세대 프랑스 감독들은 영화적인 상상력과 기술에 관한 지식은 풍부하지만 자신이 직접 글을 쓰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줄 작가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쓰거나, 자신의 영화적 세계와 공명하는 문학 작품을 각색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영화와 문학의 포럼’은 이처럼 작품찾기에 혈안인 감독(제작자)과, 영화화하기에 적합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눈에 띄지 않은 책들을 팔려고 하는 출판사들을 한 자리에 모음으로써 모두에게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다주기 위해 마련된 만남이다.

영화와 문학은 역사적으로 변증법적인 관계를 거듭해왔다. 영화가 ‘제7예술’로 인정받기까지에는 오랜 기간 문학에의 의존이 필요했지만, 그 이후에는 독자적인 예술로 거듭나기 위해 꾸준히 문학을 멀리하였다. 하지만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을 때는 늘 문학이 곁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영화가 대중문화로서 누리고 있는 영향력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문학의 ‘이야기’를 필요로 할 것이다. 이는 오늘날 영상의 독점으로 문화의 장에서 점점 더 그 자리가 좁아져 가는 문학의 위상을 고려할 때도 고무적이다.

news.hani.co.kr 파리/박지회·파리3대학 영화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