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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현지보고] 미리보는 <보물성> [1]
2002-12-02

소년은 자라도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 1883년 처음 소년들의 마음속에서 돛을 펼쳤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 먼바다를 헤치고 한 세기를 살아남은 이 고전이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디즈니가 제작한 <보물성>은 애꾸눈의 외다리 실버와 그의 어깨를 지키는 앵무새, 굳은 의지로 보물섬에 도달하는 소년 짐, 노래를 부르며 파도를 가르는 해적들을 우주공간으로 소환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렇다면 바삭거리는 종잇장 사이에서도 불어나오는 것 같았던 짠 바다냄새, 아이들의 마음을 수평선까지 실어나르던 그 매혹적인 향기는 진공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닐까 프로듀서 로이 콘리는 “우리는 원작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하면서 원작을 사랑하는 관객의 근심을 덮어버렸다. <보물성>은 어린 시절 꿈의 울타리를 벗어나면서도 그 시작만은 결코 잊지 않는 천진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3D 우주공간 항해하는 2D 캐릭터<보물성>의 미술을 담당한 닐 에스커리와 앤디 가스킬은 취재진을 만나는 프레젠테이션 자리에 포근한 색조의 유화 한점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묵직한 시간을 싣고 있는, 낡았다기보다 세월과 함께 익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그 그림 속의 함선이 <보물성>을 지탱하는 전제였다고 설명했다. 책장을 펼치면 레이저포로 무장한 해적선이 눈앞에 떠오르는 미래의 모험담이지만, <보물성>은 ‘해적의 보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이다. SF와 옛 전설이 친숙하게 섞여 있는 <보물성>은 다시 한번 익숙한 뱃길을 따라 탐험을 시작한다.여인숙을 경영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짐은 어렸을 때부터 전설의 보물성 이야기에 젖어 자랐다. 몇년의 시간을 바람처럼 뛰어넘은 뒤, 말썽많은 십대 소년으로 성장한 짐은 여인숙 근처에 추락한 스페이스 크루저에 달려갔다가 죽어가는 외계인으로부터 이상한 공 하나를 넘겨받는다. 운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직관으로 공의 비밀을 밝혀낸 짐.그는 여인숙 단골이자 천재과학자인 도플러 박사와 함께 탐험선을 장만하고 선원을 모아 보물성을 찾아떠난다. 노를 바로 세우고 돛폭 가득 전자파를 받아안은 호쾌한 시작도 잠깐, 날렵한 여선장 아멜리아와 충직한 항해사 미스터 애로우는 짐을 함선 밑바닥 주방에 처박는다.

짐이 올라탄 ‘RLS(Robert Louis Stevenson) 레거시’호가 출항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차갑고 이성적인 SF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중력유지장치가 가동되고 물결 대신 전자파가 배를 밀어내지만, 레거시호는 미지의 항로를 따라 떠나는 18세기 범선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보물성> 제작진이 18세기와 미래의 시대적 요소가 70 대 30의 비율을 유지하도록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공동감독 존 머스커는 SF와 소설 <보물섬>을 동시에 사랑하는 인물. 머스커는 오랜 파트너 론 클레멘츠와 함께 <보물섬>을 SF버전으로 각색하면서도 소년 시절 기억 깊이 각인됐을 원작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우주로 떠나는 선원들이 18세기풍 셔츠와 제복을 입고 있는 점이나 스페이스 크루저를 받아들이는 여인숙이 나무로 지은 구식건물인 점, 외계행성이 마치 무인도에 불과한 것처럼 아무 장비도 없이 활개칠 수 있는 점 역시 이런 바탕이 있기 때문에 과학적 오류를 따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짐의 여정이 좀더 굵직한 대목으로 접어들면서 이런 조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부엌데기로 전락한 짐은 신체 일부가 기계로 돼 있는 사이보그 요리사 실버와 마음을 터놓고 지내기 시작한다. 실버는 황금보단 모험에 눈이 먼 어린 짐을 아버지처럼 가르치고 품어준다. 그러나 실버는 보물지도를 노리고 승선한 해적 일당의 두목이었다. 짐과 도플러 박사, 아멜리아 선장은 반란을 일으킨 선원들에게 포로로 잡히고, 보물성에 도착해 극적으로 탈출한다. 간신히 해적들의 눈을 피한 세 사람은 기억장치 일부가 손상된 로봇 벤을 만나 보물이 있는 곳의 실마리를 잡는다.▶ [LA현지보고] 미리보는 <보물성> [2]▶ <보물성> 감독 존 머스커와 론 클레멘츠▶ <보물성> 프로듀서 로이 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