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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낸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첫 시사기 <3>
2002-12-14

길었던 1년,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중간계가 손짓해 나를 부른다

백색의 마법사로 부활한 간달프가 써내려간 ’간달프의 書’

반지원정대를 이끄는 현숙한 마법사, 간달프가 돌아왔다. 돌아오겠다고 호언장담할 새도 없이 모리아의 심연 아래로 추락했지만, 그의 부활을 의심한 관객은 거의 없었으리라. ‘회색의 마법사’로 불렸던 간달프는 눈 덮인 산에서 ‘백색의 마법사’로 부활하고, 흩어졌던 반지원정대와 대전투를 이끌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간달프 역의 이언 매켈런이 ‘Grey Book’이란 제목으로 부지런히 써내려갔던 1편의 제작일지는, 올해 ‘White Book’으로 이어졌다. 너무 분주했던 탓인지 짤막하게 날아온 ‘간달프의 書’를, 발췌해서 실었다.

2002년 6월25일

뉴질랜드의 고대 마오리어 이름은 Aotearoa, ‘길고 흰 구름의 나라’다. 지난주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오클랜드공항을 낮게 날아 빠져나오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남쪽의 웰링턴으로 가는 1시간 동안은 어둡고 저기압을 지나느라 심하게 흔들리는 데다 비가 창을 때려댔지만, 우리는 흠뻑 젖은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했다. 북반구의 독자들은 이곳이 겨울이란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난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의 작업을 끝내기 위해 중간계로 돌아왔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켈리 갱>을 촬영 중인 올란도 블룸은 너무 바빠서 오지 못했지만, 나머지는 다 돌아왔다. 엘리야 우드와 리브 타일러는 18개월 전보다 약간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존 라이스-데이비스는 살이 빠졌지만, 그 정도 변화는 메이크업과 패딩으로 감춰질 것이다. 현지 제작진도 다시 모였기 때문에 거의 달라진 게 없었지만, 새로운 자신감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나의 성공을 세상에 보여준 만큼 또 하나의 성공은 그리 멀지 않다는. 피터 잭슨은 지쳤을 법하지만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고, 느긋하기까지 했다. 그는 내가 18개월 전 촬영할 때 말했던 것처럼, “우린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홈무비를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스카 수상자들도 돌아왔다. 피터 오언은 메이크업을 돌보고 리처드 테일러는 WETA 워크숍에서 수집용 기념품들을 살피느라 바쁘다. 하워드 쇼어도 왔었는데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의 확장된 DVD 버전에 추가된 별도의 장면들을 위한 음악을 작곡했다. 앤드루 레스니(촬영감독)도 돌아왔다. 질라 딕슨은 톰 크루즈가 곧 뉴질랜드와 일본, 캘리포니아에서 찍기 시작할 <라스트 사무라이>의 프리프로덕션에서 탈출해왔으며, 그녀의 의상팀도 여전했다.

그렇다면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정확히 뭐냐고 음, 이 두 번째 영화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모든 블루, 그린 스크린은 풍경과 배경에 들어갈 액션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특수효과- 어떻게 하는 거냐고 내게 묻지 말라!-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음악은 8월에 런던에서 녹음될 것이다.

앤디 서키스는 골룸의 몸짓, 얼굴 표정과 목소리 등을 맡았는데 몇주째 여기에 머물며 디지털로 만들어지는 골룸의 완성을 돕고 있다. 점심 시간 동안 그는 이 작업에 대해 설명해줬다. 나는 그의 연기를 컴퓨터상에 옮기고 이를 다시 필름으로 끄집어내는 작업이 개척자적인 일인 것 같다고, 디지털화된 영화 만들기에서 곧 배우가 쓸모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꺾을 수 있겠다며 책을 써보라고 격려했다. 골룸은 당신을 깜짝 놀라게 하고, 즐겁게 하며 감동시킬 것이다-‘동굴의 트롤’ 팬들은 아직 아무것도 못 본 셈이다!

한 차례 회의가 소집된 뒤, <두개의 탑>의 이야기 중 백색의 간달프에 관한 것을 부분적으로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에도라스의 골든 홀과 마구간에서 세오덴, 아라곤, 그리고 섀도팩스와 함께 찍은 것, 웰링턴의 스튜디오에 하룻밤 만에 자라난 판고른 숲에서 레골라스와 김리의 대역들과 찍은 것 등 짧은 세 장면을 다시 찍었다. 12시간 전만 해도 낡은 공장바닥에 불과했던 공간에서 썩어가는 진짜 나무뿌리와 이끼, 그리고 폴리스티렌(무색투명의 합성수지)의 엔트 같은 나무 줄기와 늘어진 가지에 둘러싸인 땅 위를 기어오르며 어린애 같은 스릴을 느꼈다. 트리비어드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만큼.

어느 누구도 영화의 전장면을 볼 수 없었지만, 피터는 백색의 간달프가 어떻게 보여야 하고 말해야 하는지 일깨워서 그 분위기에 빠질 수 있게 하려고 내게 <두개의 탑>의 모든 장면을 보여줬다(덧붙여 말하자면 -쌍둥이 빌딩 문제로- 민감해진 뉴욕시를 고려해 이 제목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발로그를 스크린으로 다시 봤고, 심장이 멎을 듯한 최고의 말 섀도팩스(믿음직스러운 백색 종마 블랑코)의 첫 등장과 간달프가 사무라이처럼 싸움에 뛰어드는 헬름 협곡의 전투 일부에 놀라워했다. 확신에 찬 연기로 세오덴과 뱀혓바닥의 무용담을 전하는 버나드 힐과 브래드 두리프는, 남섬의 눈 덮인 산 아래 펼쳐진 에도라스의 장엄한 세트와 잘 어울렸다. 그 모든 게 1편의 기준에 걸맞았다. 심지어 그 이상이었다.

비가 계속 내렸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지난 금요일에는 400명을 위한 식당 텐트 한쪽에서, 중요한 사진 촬영 때 몇번 들렀던 현악4중주단이 돌아와 연주하면서 점심 시간 내내 우리의 사기를 북돋워줬다. 물론 다른 기분 전환도 있었다. 2주 전에 제작진은 션 오스틴의 연출 아래 톨킨의 테마 가운데 또 다른 절정인 <A Tall Story>란 단편영화에 무료로 출연하기 위해 모였다. 이 영화는 잭슨 패밀리의 또 다른 홈무비다.

2002년 9월16일

난 지금 엑스맨, 엑스우먼들과 밴쿠버에 와 있지만, 아직도 중간계가 나를 손짓해 부른다.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의 다음 예고편에 대사 몇줄을 더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엑스맨>의 음향 스탭들이 밴쿠버필름 스튜디오에서 사용되지 않는 빈 스튜디오에 나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줬다. 여가시간은 트레일러에서 연말 즈음부터 판매될 톱스 트레이딩 카드에 사인을 하며 보내고 있다. 마법의 대가가 거만한 자세로 마법사의 일을 처리하는 것을 상상하시라….

개봉을 위한 임시 스케줄이 짜여졌다. 유럽 첫 시사는 파리에서 개최될 것이고, 이에 앞서 미국과 웰링턴에서도 당연히 시사회가 열릴 것이다. 첫 영화에서 두 번째 영화로 이어지는 이 스릴 넘치는 장면에 대한 첫 반응들을 꼭 목격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시사회 중 몇 군데에 참석하고 싶다. 번역·정리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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