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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낸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첫 시사기 <1>
2002-12-14

길었던 1년,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이 <해리 포터>나 <스타워즈>에 비해 현저하게 유리한 점이 있다. 우선 <스타워즈>에는 원작이 없다. 조지 루카스가 휘황한 상상력으로 선과 악의 싸움을 장황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사실 이야기상으로는 미진한 점이 많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의 로맨스도 공감과 연민보다는 실소를 자아내는 경우가 더 많다. 한편의 영화가 끝나고, 다음 작품이 과연 어떤 이야기로 전개될 것인가를 기다리고 예측하는 재미도 있지만 특히 <에피소드1>과 <에피소드2>는 ‘이야기’라는 면에서 좀 미진했다. <스타워즈>에 비해 <해리 포터>는 막강한 원작이 있다. 그 원작들을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 정도가 문제다. 그러나 <해리 포터>도 <스타워즈>와 마찬가지로 ‘제작 기간’이라는 반드시 넘어야 할 험준한 난관이 있다. <해리 포터>는 편마다 아이들이 한살씩 성장하는 설정이다. 1편과 2편처럼 1년 만에 제작된다면 좋겠지만, 3편은 2년 뒤에 완성된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무척 빠르기 때문에, 7편까지 가기도 전에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다면 또는 덤블도어 역을 맡은 리처드 해리스처럼 도중에 죽어버린다면 007처럼 1대, 2대 식으로 나아가지 않고 한명의 배우가 성장해 가는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은 이미 예상된 것이다. 가장 흔한 문제는 시리즈가 거듭되는 동안 작품의 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작이 우수했다면 거기에 기준을 맞추게 되고, 도중에 감독이 바뀌었다면 감독의 성향과 스타일을 비교하게 된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지만 구설수는 생기게 마련이다. 만약 <반지의 제왕>을 1년이나 2년에 한편씩 3부작으로 만들기로 했다면 어땠을까 모두 성인 배우이기 때문에 3, 4년 정도의 세월은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세편이 모두 균일한 질의 수작이 나오기가 쉽지 않고, 제작방향이 오락가락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더욱 우려된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은 일찌감치 3편을 동시에 제작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3편 분량을 모두 찍어놓고 차례로 편집만 하는 과정이다. 1편이 끝나고 <스타워즈 에피소드2>를 본 피터 잭슨의 욕심(거장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때문에 추가 촬영을 하긴 했지만, 그것이 이미 찍은 3부작의 틀을 깰 정도는 아니었다. 한꺼번에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은 한결같다. 1편이 개봉된 지 1년, 이제 2편인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을 보는 기분은 바로 어제 1편을 보고 오늘 이어서 보는 느낌이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좋았던 점도, 나빴던 점도 1편과 동일하다.

◈ 9인의 원정대, 모험은 계속된다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은 1편 <반지원정대>에 이어 더욱 험난한 모험이 이어진다. 1편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소개되고 리븐델과 모리아, 샤이어와 아이센가드 등 각 종족들의 성정을 엿볼 수 있는 지역의 풍경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반지원정대>는 다사다난한 모험의 첫걸음으로, 지나칠 정도로 현란하고 화려해야만 했다. <두개의 탑>은 반지원정대의 모험이 단순한 활극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중간계의 운명을 둘러싼 장엄한 드라마를 연출한다. 프로도와 아라곤 등 반지원정대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싸워간다. 인간의 운명은 태풍 앞의 등불처럼 위기에 놓이고,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반지의 제왕>은 이제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호빗족인 프로도의 손에 맡겨진 반지는 모르도르의 불길 속으로 던져져야 한다. 그 위험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인간, 요정, 난쟁이 그리고 호빗족이 함께한다. 그러나 9명의 반지원정대는 뿔뿔이 흩어진다. 마법사 간달프는 모리아의 절벽 아래로 악마와 함께 떨어지고, 보로미르는 잠시나마 반지를 탐낸 속죄로 영웅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호빗족인 메리와 피핀은 우르크하이에게 잡혀가고 아라곤과 레골라스 그리고 김리는 그들을 구출하러 뒤를 쫓는다. 프로도는 충직한 샘과 함께 단둘이 모르도르로 향한다. <두개의 탑>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이제는 두 갈래로 나뉜 반지원정대. 아니 반지원정대는 셋, 넷으로 갈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두개의 탑’은 악의 존재 사우론의 근거지 모르도르와 사우론에게 투항한 마법사 사루만의 영역 아이센가드의 동맹을 뜻한다. 사루만은 인간이 세운 곤도르와 로한 왕국에게 밀려난 변방의 인간들을 총소집하여 우르크하이와 함께 로한 왕국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운다. 중간계에서 가장 나약한 종족인 호빗족인 프로도와 샘은 단둘이서 모르도르로 향한다. 같은 길을 맴돌며 낙담하던 프로도와 샘은 갑자기 공격하는 골룸을 생포한다. 한때 반지의 소유자였고, 반지 때문에 제 형상을 잃어버리고 추한 존재가 된 골룸은 그들의 길안내를 자청한다. 죽음의 늪을 넘어, 흑기사 나즈굴의 감시를 피하며 프로도와 샘은 모르도르의 거대한 문에 이른다.

메리와 피핀을 추적하던 아라곤 일행은 오크 군대를 궤멸시켰다는 로한 왕국의 망명자 에오메르를 만난다. 사루만의 마법에 사로잡혀 세오덴 왕은 이성을 잃어버리고, 세오덴 왕의 조카인 에오메르는 충언을 하다가 추방된 것이다. 아라곤 일행은 일단 메리와 피핀이 우르크하이에게서 도망쳐 태고의 숲으로 들어간 것은 확인하지만, 더이상 뒤를 쫓지는 못한다. 죽음의 경계에서 돌아와 ‘백색의 마법사’로 승격된 간달프를 만나 로한으로 향한다. 사루만의 군대가 로한을 점령한다면 중간계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중간계는 단숨에 사우론의 지배하에 떨어지고 그 운명은 되돌릴 수 없다. 간달프는 에오센 왕을 지배하는 사루만과 격돌을 벌여 승리한다. 마침내 영웅의 면모를 되찾은 에오센 왕은 사루만의 군대와 일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로한의 군대는 단 300명. 로한에 진격하는 사루만의 군대는 1만명이다. 모든 백성을 이끌고 천혜의 요새라는 헬름 협곡으로 향하지만 과연 1만 대 300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한편 태고의 숲으로 들어간 메리와 피핀은 ‘나무들의 목동’이라는 앤트족을 만난다. 앤트족은 중간계의 싸움에 개입할 것인가를 놓고 부족회의를 벌인다. 골룸의 안내로 모르도르에 들어갈 통로를 찾던 프로도와 샘은 곤도르 왕국의 정찰대한테 포로가 된다. 보로미르의 동생인 파라미르는 프로도가 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욕심을 낸다. 요정의 예언대로라면, 반지가 파라미르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중간계는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 과연 파라미르는 프로도의 손에서 반지를 뺏을 것인가. 아무런 힘도 없고, 무기를 다루지도 못하는 나약한 호빗족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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