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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묘사 어설픈 007
2002-12-16

40년 007시리즈 역사상 1억5천만 달러(약 1천900억 원)라는 초유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의 남ㆍ북한 묘사는 ‘어설픔’ 그 자체였다.

물론, 전 세계에서 개봉되며 특히 미국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를 오르내리고 있는 가 한국 관객들을 어느 정도 염두에 뒀는지는 알 수 없는 일. 또한 ‘단지 오락영화일 뿐’인 이 영화의 디테일에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영화를 즐길 줄 모르는 괜한 딴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오후 2시30분께 기자들에게 공개된 는 한국을 묘사한 부분에 대해서 어설프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울 정도였다.

북한 사람들끼리 영어를 사용하는 장면이나 영화의 후반부에 제임스본드가 입고 나오는 전투복 명찰에 ‘청천1동대’라고 적혀 있는 것 정도는 너그럽게 넘길 수도 있는 편. 영화 속 북한군인의 이름 ‘자오’는 한국의 출석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름이고 다 쓰러져가는 북한의 집들은 마치 전쟁 중인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북한 사투리와 남한 말투가 번갈아 사용되는 북한 군인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의 연기는 외국인이 출연하는 TV재연프로그램 수준.

일부 네티즌들의 지적처럼 제임스 본드와 본드걸이 헬리콥터를 타고 도망칠 때 가난해 보이는 농부 두 명이 소를 끌고가는 장면도 현재의 남한 농촌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불상을 배경으로 해서 벌어지는 러브신은 ‘안티007’ 내용의 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사찰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 후반부에 미군의 입에서 나오는 ‘남한군을 동원해라(Mobilize the South korean Army)’라는 표현은 전시작전통제권이 연합사령부에 있는 현실에서 틀린 말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수입과 배급을 맡은 20세기 폭스코리아는 “농부가 등장하는 장면은 제임스 본드가 한참 싸운 후 나타난 장면이니 꼭 남한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우며 불상을 배경으로 한 정사장면도 배경이 한국이라기 보다는 아시아의 한 나라”라며 “영화를 보고 나면 오해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영화가 냉전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영화 속의 적은 북한이라기 보다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라고 반박했다.

단지 허구의 예술일 뿐인 영화를 즐기기에 사회 분위기가 너무 민감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영화가 한국팬들에게 어느 정도 재미를 줄 수 있는가는 한국에 대한 사실적이지 못한 묘사가 영화보는 재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는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