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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 오브 뉴욕> 감독 마틴 스코시즈 인터뷰
2002-12-16

“강해져야만 약점을 알 수 있다”

뉴욕의 수돗물에는 수다를 부추기는 성분이라도 들어 있는 것일까 마틴 스코시즈의 수다는 우디 앨런의 그것을 능가할 만큼 굉장한 것이었다. 애초에 3시간 40분이었던 영화를 편집상 1시간가량 덜어낸 이 감독은 영화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25분의 짧은 인터뷰 속에 다 털어놓겠다는 자세로 탁구공보다 더 빨리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치기 시작했고 결국 육중한 몸집의 관계자가 인터뷰장 방문을 박차고 들어와 “더이상은 안 돼욧!”소리지르는 순간까지, 아니, 문이 닫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어쩌면 문 밖에서도 떠들고 있었을 거다). 그러나 이 세기의 거장은 그 빠른 스피드의 이야기 속에서도 한순간도 유머를 잃는 법이 없었고 평생의 숙제를 끝낸 자랑스러움과 감격을 매 순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하나 놀라웠던 것은 인터뷰에 동참한, 30년 전 <비열한 거리>를 끝낸 마틴 스코시즈를 인터뷰했었다는 한 프랑스 기자의 증언이었다. “그때는 아주 얌전하고 수줍음이 많은 감독이었는데 말이지…. ” 수다의 진범은 뉴욕의 수돗물이 아니었다, 세월이었다.오랜 작업이 마침내 끝났다.= 그렇지, 그렇지, 끝났다. 지난주에 엔딩 크레딧을 달았으니. 그런데 아직 다 안 끝난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그 시절 갱에 대해 나에게 이야기해준 많은 이야기가, 수많은 자료들로부터 읽은 사건들이 여전히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생각을 멈춰야 된다는 걸 알았다. 가만히 놔뒀다면 계속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웃음)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것 같다. 100% 만족 음…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다.소년 같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이렇게 건장한 남자로 변화시킨 비결은 뭔가.=아주 쉽다. 암스테르담은 어느 정도 덩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에게 10kg을 찌우게 했다. 그리고 촬영시작을 계속 연기시켰다. (일동 박장대소) 내가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그는 정말로 영화에 몰입했고 이것은 그 결과물일 뿐이다. 사실 레오는 촬영이 끝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컷을 찍고나서 눈물을 흘리더라. 나 나 역시 촬영이 끝나는 게 싫었다.빌이 미국 국기를 마치 담요처럼 몸에 두르고 아침에 깨어난 암스테르담과 침대머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영화의 많은 감정선과 암시 등이 교차하는 중요한 순간처럼 느껴진다.=그렇다. 두 사람 사이에 강력한 긴장이 흐르고 기묘한 부자관계의 형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당신은 누구죠”라고 제니가 물을 만큼 근원적인 신이기도 하다. 이 신은 원래 대사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촬영에 들어가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오랜 과정과 시간이 소요되었다. 등을 돌리고 누워 있어야 하는 설정의 카메론 디아즈는 꼬박 반나절 동안 계속해서 누워 있어야 했다. (웃음) 그러다 갑자기 대니얼이 이쯤이면 암스테르담이 누구의 아들인지 빌이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의견들이 이 신에 반영되었다. 물론 직접적이지 않은 식으로 말이다. 빌이 미리 암스테르담의 실체를 알고 있었는가에 대한것은 영화 전반에 “아마도”(maybe)로 남겨두었다.매우 어두운 영화다. 그래서 싫다는 뜻이 아니라 그래서 이 영화가 매력적이라는 것이다.=알아, 알아, 나도 그걸 이야기하려던 참이다. 너무 폭력적이고 어두워서 아무도 이 상자를 못 열게 하고 싶다. (웃음) 사실 지금의 미국 젊은 사람들은 사실 이런 투쟁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사는 게 투쟁이었던 이때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동안 미국영화는 케네디나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한번도 집중한 적이 없었다. 이 시절은 어떠했나. 영어도 못하는 이곳저곳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한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냥 몸만 건너오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오고, 종교가 오고, 음식이 오고, 알 수 없는 언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 물결을 이루었던 시절, 미국이란 나라가 어떠한 형상을 띨 것인가에 대한 시험기에 들었다고 할 수 있다. 감히 스스로 내 영화를 분석하자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해지는 것만이 지금 우리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아는 길이다. 19세기 나지막한 뉴욕의 모습에서 높은 건물들이 마치 식물처럼 자라나 결국 20세기의 찬란한 스카인라인으로 바꿔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뭉클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월드트레이드센터는 무너지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수정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놔둔 것은 9·11 테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당신의 뜻이 반영된 것인가.= 9·11 발생 전에 이미 완성한 장면이다. 이후 국민정서상 영화의 개봉이 1년 뒤로 연기되었고 2002년 1월에 다시 편집을 시작했다. 하지만 편집자에게 그 장면만큼은 바꾸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들은 도시를 세웠다. 세상의 많은 곳에서 이민 온 사람들은 이 도시를 세우기 위해 싸웠다.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우리는 그런 과거에 대해 알고 있다. 어떻게 그것을 파괴할 수 있겠는가.▶<갱스 오브 뉴욕> 뉴욕시사기 [1]▶<갱스 오브 뉴욕> 뉴욕시사기 [2]▶<갱스 오브 뉴욕> 뉴욕시사기 [3]▶<갱스 오브 뉴욕>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인터뷰▶<갱스 오브 뉴욕> 대니얼 데이 루이스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