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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새옷 입고 스크린서 부활

잠정적으로 파악된 지난해 디브이디 타이틀 시장은 소매가 기준으로 1천억원 규모다. 이른바 마니아 시대에서 대중화 시대로 접어든 디브이디 타이틀 시장에서 ‘디브이디 시연회’나 ‘디브이디 기획전’이 중요한 홍보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개봉 이전 영화들의 시사회가 흥행성적을 좌우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계속 유통되는 디브이디 타이틀의 특성상, 시네마테크와 연계해 속속 마련되는 기획전들은 관객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출시사에겐 타이틀 홍보의 일환이지만, 관객들로선 큰 화면으로 만나기 힘든 희귀한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7~9일까지 서울 홍익대 부근 시네마테크 떼아뜨르 추는 폴란드의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의 영화 <십계>(원제 Dekalog)의 10부작을 상영한다. 5편과 6편은 각각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과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용으로 재편집되어 개봉됐었지만, 전체를 감상할 기회는 드물었다. ‘비관론적인 운명론자’ 키에슬롭스키는 깊은 철학적 성찰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이상의 충돌을 우울하게 그렸었다. 그 가운데서도 1988년 텔레비전용 영화로 만들어진 <십계>는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종교적 계명을 빌어왔지만,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건 종교적 교훈이 아니다. 바르샤바 주택단지의 입주자들을 조각조각 비추며 그는 탐욕과 상실, 선택 등 인간 세계의 윤리와 철학에 대해 총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피니티 필름이 이 영화를 지난해 디브이디 세트박스로 출시했지만, 고가라 구입에 엄두를 못냈던 사람들이라면 이번 기획전을 이용해봄직 하다.

떼아뜨르 추는 지난해 여름부터 다양한 테마를 통해 ‘디브이디 기획전’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탠리 큐브릭, 우디 앨런, 잉그마르 베르히만 등 작가감독들의 영화들이나 마릴린 먼로 영화, 스타들의 어린시절 등 주제별 상영을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획팀의 안승호 대리는 “서플먼트 등 부가적 가치보다는 영화적 완성도를 위주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디브이디라는 디지털 시대의 매체를 통해 고전영화나 작가영화들이 새롭게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 셈이다.

시네마테크의 기획전과 별개로 ‘대박’ 타이틀이 나오기 전 출시사들이 주최하는 시연회도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 워너브러더스가 개최한 <아마데우스 스페셜 에디션> 시연회는 서울아트시네마의 객석 6백석 정도가 가득 찼다. 모짜르트 당시의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오가며 16세기 궁중음악회의 분위기를 연출해 눈길을 모았다. 워너 브러더스의 정한기 대리는 “디브이디 인구가 늘어나며 ‘구전효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며 “점차 시연회와 이벤트가 규모도 커지고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