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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최강 프로젝트 해외영화 12편 (3)
2003-01-03

초특급 강자들,초강력 귀환

불완전한 존재에 대한 완전한 사색리안의 <헐크>(The Hulk)

리안의 행보는 언제나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 등 대만 중산층 사람들의 삶을 다룬 소박한 드라마에서 급작스레 선회, <센스, 센서빌리티> <아이스 스톰> 등으로 영국인과 미국인에 관한 섬세한 초상을 그려내더니, 다시 클래식 차이나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담은 무협영화 <와호장룡>을 선보였다. 매번 다른 문화권의 다른 이야기, 심지어 다른 장르의 영화에 도전하는 리안의 미스터리는 모든 작품들에서 퀄리티의 수준을 지켜낸다는 점. 따라서 리안이 마블사의 코믹북 <놀라운 헐크>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도 그의 팬들은 놀라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영화에 관한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인 상황이지만, 분명하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리안이 모범적인 과학자의 내면에 자리잡은 욕망과 갈등의 소용돌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을 사색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언제나처럼.

<헐크>는 잘 알려진 것처럼 코믹북이 원작이며, 80년대에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TV시리즈로 소개된 친숙한 작품.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모티브로 브루스 배너라는 이름의 과학자가 실험 중에 사고를 당해 녹색의 거대하고 난폭한 괴물로 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를 추적하는 세력과의 맞대결이 이어지며, 배너(에릭 바나)의 존재론적 고민을 함께 나누는 여자친구(제니퍼 코넬리)와의 사랑도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이루게 된다. 리안은 이 단순하고도 복잡미묘한 <헐크>의 시나리오를 여러 작가와 함께 손봤다. <딥 임팩트>의 마이클 톨킨의 각색본, 그리고 <엑스맨>의 데이비드 헤이터의 수정본이 성에 차지 않은 듯,

다시금 원조를 요청한 작가는 <와호장룡>에서 함께 일한 오랜 파트너 제임스 샤무스. 리안이 시나리오 단계부터 까탈을 피운 것은 <헐크>의 컨셉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가 등장하고 특수효과가 풍성한 여느 블록버스터의 모양새를 갖추는 동시에, 클래식호러영화에서 나타나던 로맨스와 비극적 정조를 담아내야 하는 것이다. 헐크는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과 달리 슈퍼히어로인 동시에 괴물인 까닭이다. 주인공 배너 박사를 연기한 에릭 바나도 ‘리안의 <헐크>는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를 부추긴다. “이 영화에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이 있다. 리안은 완벽주의자고 매우 분명한 비전이 있는 사람이다. 심한 강행군이지만, 그에게 헌신하지 않을 수 없다.”

‘헐크’가 나오지 않는 예고편만 수개월에 걸쳐 보여지고, 지난 여름까지도 헐크의 캐릭터디자인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소문이 나면서, <헐크>의 제작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헐크 캐릭터는 ILM에서 100% CG로 창조하고 있는데, 공룡이나 외계인처럼 상상 속의 캐릭터가 아니라 변신 전의 에릭 바나와도 닮아야 하고 복잡한 감정을 표출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스 스톰> <블루 벨벳>의 촬영감독 프레드 엘므스, <혹성탈출> <슬리피 할로우>의 프로덕션디자이너 릭 하인리히가 합세해 만드는 <헐크>의 비주얼은 이렇듯 기나긴 ‘산고’를 거쳐 2003년 6월20일 세상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

쇼와시대 스파이는 어떻게 살았나시노다 마사히로의 <스파이 조르게>(スパイ ゾルゲ)

일본은 올해 노장 감독이 가장 힘찬 출발을 보이고 있다. <올빼미의 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은 72살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품고 다듬어온 야심찬 프로젝트 <스파이 조르게>를 20억엔의 대작으로 완성, 선보일 채비를 하고 있다.

<스파이 조르게>는 태평양 전쟁을 앞둔 격동의 1940년대, 나치당원 행세를 하며 일본 정부 최고의 기밀을 훔쳐내고, 소비에트 연방의 스파이 소르게를 도왔던 일본인 신문기자 오자키 호쓰미를 주인공으로 하는 서사물. 이방인 스파이의 눈에 비친 쇼와 시대가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세토우치 소년 야구단> <소년시대> <세토우치 월광 세레나데> 등 1945년 전후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만들어온 시노다 감독은 <스파이 조르게>를 착안한 계기에 대해 “쇼와란 시대를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스파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스파이야말로 시대를 가장 객관적으로 사는 인물이 아닐까”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야기의 무대는 1930년대의 상하이, 모스크바, 그리고 도쿄. 상하이는 현지의 거대한 오픈 세트에서 촬영하고 있지만, 일본 국내신의 경우, 야외신은 전부 합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부분 CG로 합성해서 만들어가고 있다. 와세다정보통신센터와 통신회사 NTT의 협조로 만들어지는 CG컷은 800컷에 이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너무나 번화한 현재 긴자의 거리에 당시의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100% CG로 표현하고 있다. 처음부터 CG 효과에 많이 기대게 될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합성과 효과 등이 용이하도록 촬영도 24pHD로 했다.

작품 규모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등장인물도 주요 인물만 62명에 이른다. 이중 가장 중요한 인물은 조르게와 오자키 호쓰미. 조르게 역은 <푸른 방> 등의 연극과 TV에서 활약하는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이안 글렌이 맡았다. 그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대한 리서치를 완벽히 마쳤을 뿐 아니라 좀더 완벽한 신문기자 행세를 위해 타이핑 연습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오자키 역에는 <으랏차차 스모부> 등에 출연한 바 있는 모토키 마사히로가 출연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복잡미묘한 인물인데다, 영어연기 분량도 적지 않아, 역시 맹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조르게를 조사하는 검사 역으로 <주바쿠>의 시이나 기베이가, 조르게의 애인 역으로 <올빼미의 성>의 하쓰키 리오나가 캐스팅돼 열연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모리 하나에가 담당하는 의상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파이 조르게>라는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실제로 스파이 활동을 하다 1944년 처형된 조르게와 오자키, 그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이 어떻게 영화화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영화감독으로서 앞으로 이 이상의 기획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걸로 끝내고 싶다”는 시노다 감독의 각오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시노다 감독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공언한 <스파이 조르게>는 영화 속 시대를 실제로 살아온 노년 관객은 물론, 스펙터클한 오락영화를 찾는 젊은 관객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2003년 6월14일에 개봉예정이다. 도쿄=사토 유 통신원

에릭 로메르의 <삼중 간첩>(Triple Agent)파시즘과 공산주의가 충돌할 때

2003년 제작되거나 개봉될 프랑스영화는 다채로워 보인다. 매 작품 관심을 모으는 30대 젊은 감독들의 신작에서부터 80살이 넘은 누벨바그 노장 감독의 작품들이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프랑수아 오종은 이미 <스위밍 풀>이란 제목의 신작을 한창 촬영 중이고, 첫 장편영화 <난 삶이 두렵지 않아>로 로카르노영화제 은표범상을 수상했고 언론의 극찬을 받았던 노에미 르봅스키의 두 번째 작품 <감정들>은 올 6월 개봉을 앞두고 후반작업 중이다. 노장 감독들의 경우, 매년 신작을 발표하는 클로드 샤브롤의 <악의 꽃>이 2월 개봉예정이고 <그 노래를 안다네> 이후 5년 만에 알랭 레네는 <입술 위가 아닌>이란 제목의 신작 촬영을 준비 중이다.

이들 작품들에 비해서도 가장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작품은 에릭 로메르의 신작 <삼중 간첩>으로 보인다. 프랑스혁명을 다루었던 <영국여인과 공작> 이후 2년 만에 준비 중인 이 작품은 두 가지 점에서 흥미를 모은다. 먼저 제목에서부터 잘 드러나듯 히치콕 영화를 연상시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늘 다뤄온 연애담을 벗어나 역사와 개인의 만남이 전면에 내세워진 점이다. 영화의 배경은 1936년 좌파정당인 인민전선이 집권한 프랑스 파리다. 이 시기는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경제상황의 악화와 공산주의 확산에 대한 공포를 업고 파시스트 정권이 속속 수립되고 스페인에서 프랑코가 공화정부를 뒤집어 내전이 일어난,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평화가 흔들리던 시점이다. 주인공은 러시아혁명을 피해 파리로 망명한 차르군의 젊은 장군 피오도르와 그리스 출신의 그의 아내 아르시노에다. 아르시노에가 파리의 공산당원들과 교류를 넓혀가는 동안 피오도르는 자신이 간첩임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비밀스런 여행을 해나간다. 서스펜스는 피오도르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데서 발생한다. 러시아의 반공산주의 백군편 아니면 적군편 아니면 나치

로메르 감독은 프랑스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영국여인과 공작> 전까지의 작품에서 역사의 격동을 비켜선 개인들의 연애담 속에 행위의 결과가 개인의 자유의지와 선택에서 오는 것인지 이와 무관한 우연의 작용인지의 탐구에 치중해왔다. 이로 인해 한편에선 ‘보수적이다’는 비판도 받았는데 <삼중 간첩>에서 파시즘과 공산주의라는 두개의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는 격변의 시기를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한 점을 볼 때 감독의 관심이 개인에서 역사 속의 개인으로 변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현재 캐스팅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며, 2003년 3월에 촬영을 시작한다. 파리=성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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